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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마 Jul 01. 2024

도시일상에 스며들어보기

그냥 걸어

온천을 가기 전에 그냥 무작정 걸었다. 

점심시간대는 온천의 휴게시간이었기 때문에 시간 맞출 겸 동네 구경 겸 발길이 닿는 곳 마음이 가는 곳을 무작정 향했다. 그리고 도시를 음미했다.

도로의 모양 자동차의 생김새, 사람들의 복장과 표정, 그들의 스토리를 상상하며 백화점부터 게임방 서점 카페 지하쇼핑상가 사람냄새가 나는 그곳을 둘러보며 일본을 알아갔다.


내가 일본의 일상에 거닐며 느낀 것은 참 조용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붐비건 붐비지 않건 조용하다. 속삭이는 거 같진 않은데 말소리 자체가 조용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길을 걸어 다닐 때는 정면만 보고 걸어 다니지 한국처럼 휴대폰을 하면서 다니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차나 전철 안에서도 물론이다.

스즈키 노 의 관람차

스즈키노 상점가의 끝길에 다다르면 관람차를 볼 수 있다. 뜬금없는 위치에 뜬금없는 풍경이지만 홋카이도에서 가장 번화되어있는 번화 가인만큼 다양한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면 관람차 안에서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며 도시의 풍경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 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소세이카와 공원

https://maps.app.goo.gl/LNf3YBJWJLHpe89S7

소세이카와 공원은 약간 미니 청계천의 느낌이었는데 직장인들의 흡연장소이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나와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도 많고 담배를 피우는 직장인들도 보였다. 한국에서는 남자직장인들이 도시락들 들고 다니는 경우가 잘 없어서 생소한 모습이라 두 눈에 가득 담고 왔다. 대부분 이곳에 있는 직장인들이 중년남성이라 잠시 바깥에서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관광지라 그런지 전철, 백화점, 공원에는 이렇게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잘 생각해 보면 한국도 일본어가 전철역에 표기되어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한국어가 함께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문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기왕 돈을 들여 만들 거 확인 잘하고 명시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atm이나 기차티켓을 구매할 때는 이용방법이랑 표기가 달라서 난감하기도 했다. 아마 한국도 그런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조금만 꼼꼼하다면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일 텐데 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벚꽃은 없지만 싹이 돋아나고 있는 감격적인 풍경

첫날 삿포로에 왔을 때는 너무 쌀쌀한 날씨로 내복까지 껴입고 움직임 둔해진 상태로 걸어 다녔는데 하루새 날이 풀려 땀을 흘리며 산책을 했다. 좀처럼 예측이 안 되는 4계절이 함께 담긴 도시이다. 먼 산엔 눈이 가득하고 옷은 반팔을 입고 아침저녁 춥고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는 그런 곳. 이렇게 날씨가 자꾸 변해서 그런지 몰라도 공기가 맑아서 숨통이 트였다. 그리고 저 멀리 자연이 깨끗하게 시야에 잡히는 것도 감동이었다. 선명한 티브이 화질처럼 여행 내내 먼 설산의 풍경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금 되돌아보면 꿈만 같은 배경을 만들어 주었다.

교회 혹은 성당

일본은 불교국가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시내에 이렇게 유럽식 교회건물이 있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데 유일했다. 성당인지 교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건축양식도 벽돌로 단단하게 지어져 처음부터 교회를 목적으로 두고 지어진 건물 같았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한참을 의문을 품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건물이었다.

다나카상이 떠오르는 호스트클럽들

이렇게 큰 건물 자체가 호스트 클럽이었다. 연예인포스터처럼 커다랗게 얼굴이 걸려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이 자리에서 일본호스트클럽을 검색해 보았다. 일본 호스트클럽이 무서운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정말 연인처럼 달콤하게 접근하다가 홀라당 전제산을 날리고 중독된 여성들이 매춘을 하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이곳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수 있다는 니조시장

소세이카공원 중간쯤 위치한 니조시장이다. 내가 간 시간대는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주로 킹크랩, 랍스터 같은 갑각류가 많이 보였다. 손님이 많이 없는 시간대라서 그런지 요리냄새가 아니라 생선냄새가 너무 진동하고 호객도 있어 오랫동안 있을 수는 없었다. 사진만 몇 장 찍고 탈출했다. 저녁에 오면 엄청 붐빈다던데 그 장면을 보지 못해 아쉽다. 아무래도 스즈키노가 홋카이도에서는 가격이 제일 착한 곳이라 다른 곳과 비교해서 맛있고 가격도 좋을 것이다. 나는 혼여라 시장에서 먹는 건 부담되지만 동행자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일본의 생활물가가 궁금했다. 스즈키노역과 연결되어 있는 마트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내가 편의점에서 보던 가격대보다 훨씬 푸짐하고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다. 팥떡, 꼬치류 잔뜩 사들고 가서 저녁에 간식으로 먹었다. 그중에 해산물들이 신선하게 큼직하게 판매되고 있었는데 한국의 마트해산물보다 두툼하고 큼직하고 가격도 더 저렴했다. 식료품점이라 다양한 일본음식들과 브랜드들을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쇼핑 중간에 쉴 수 있는 곳도 있고 만남의 광장도 마련되어 있어 시간을 보내기 지루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고 다니기 버거울 정도로 짐이 많아져 처치곤란이 되었지만 가격도 착하고 신기한 음식도 많아 기분 좋은 쇼핑이었다.

나를 동심으로 데려다줄 지브리 스토어

예쁘게 꾸며진 지브리 스토어의 규모는 그다지 크진 않았다. 백화점 안에 작은 액세서리 상가 정도의 크기였지만 사랑스러운 지브리 캐릭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에서 보던 토토로와 다르게 정품이라 그런지 색감과 표정의 디테일이 좋았다. 티셔츠 팬시 DVD 등 다양한 굿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데 선반마다 먼지 한 톨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게 감동적이었다. 여기서 구매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구매는 다른 곳에서 하는 방법이 있는 것인지 나처럼 눈으로 보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던 지브리 스토어

나도 소녀들에게 반해버렸어 넘 귀여운 피규어

어느 애니에 나오는 피규어인지 모르지만 너무 예쁜 피규어. 오락실에 가니 인형 뽑기에 이런 피규어들이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너무 예뻐서 나도 성심껏 사진으로 담아왔다. 나중에 덕후에게 물어보니 옷을 벗기면 알몸이 된다고 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감상하는 재미에 푹 빠졌던 오락실 탐방. 한국에 오락실과는 다른 기계들이 많아 신기했던 게임 선진국! 어떤 게임은 카드를 이용해 기술을 추가해서 하는 게임도 있었는데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직접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를 봤는데 버튼도 많고 카드를 계속 바꾸면서 플레이를 했다. 도대체 저건 무슨 게임일까 하고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크게 없는 분야라 의문만 품고 자리를 떠났다.  

내가 좋아하는 캔메이크 메이크업제품

일본 화장품 중에 시세이도아이브로우팬슬과 캔메이크새도우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캔메이크섀도가 휴대성이 좋다. 가볍고 이거 하나 있으면 눈화장 볼터치 눈썹까지 파우치에 하나 있으면 만능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까 말까 조금 고민하기는 했는데 갖고 있는 화장품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아이는 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가격표도 없어서 구매했는데 비쌀까 봐 우려되기도 했다.

삿포로 역 인근 풍경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삿포로역 인근 풍경이다. 한국 도시보다 차가 그나마 적고 도로 위에 자동차들도 대부분 경차다. 아직 마저 눈이 녹지 않아 공원에 눈이 모여있다. 날씨가 추운 것도 아닌데 눈이 쌓여있으니 이색풍경이었다. 저 눈은 언제 녹아 저 위에 싹이 돋아날까. 이 나무들은 날씨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일본의 상징

공항 앞 기념품샵에서 봤던 아이들인데 사진으로 남아있어 적어본다 어릴 때 보았던 고양이 장식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애교스러운 동작의  도자기장식들이 많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곳에 와서 고양이를 별로 보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혹독한 날씨환경 때문에 길고양이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 겨울을 이겨낼 수가 없었겠지.


사람이 사는 곳인데 각자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어 그곳에 일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신비롭고 나의 삶을 새롭게 하는 계기였다.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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