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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니마 Aug 08. 2024

주저앉은 판매왕의 꿈

남은건 저작권 계약서 밖에 없네

지난주 에이전시와 정식 계약서를 쓰고 방송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다음쳅터를 밟게되는 나 스스로 마음가짐에 어떤변화가 일어날지 , 이 계획이 나중에 어떤 성장이 되어 쓰일수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충분한 예열을거쳐 일정을 픽스했다. 주 2회 오후8시 2시간 방송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가 많이와서 여름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가 좀 줄지 않을까 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럴수록 평정심을 유지하고 더 자주 해야겠다 마음을 잡았다. 라이브방송은 끈기와의 싸움이니까 말이다. 


1시간30분을 이동하여 구리에 있는 의류창고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 창고에 이상하리만치 가족단위의 일반 고객이 많았다. 마치 코스트코같은 마트 같았다. 평소엔 바로 옷을 셀렉하는데 오늘은 사무실에 인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께 인사를 했다.


잠시 아란씨 이야기좀해요

아니나 다를까 내 얼굴을 보자 일어나 나를 중앙 테이블로 앉쳤다.


주3일 하루에 5~6시간씩 틱톡 같은 최고의 셀러들처럼 방송을 진행하는게 아니면 안될것 같아요.

네이버라이브 진행은 아닌거같고 틱톡으로 방송하고싶어요. 그런데 틱톡은 밤시간 8시부터 새벽2시까지 정도는 해줘야 탑셀러들을 깰 수 있어요. 

이 조건이 된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구요. 아란씨는 어떠세요?

방송 3회차 10년경력의 탑셀러를 무급으로 되라고 하신다.


사전설명도 없고, 그간 방송 경험이 어땟는지에 대한 내 안중도 없이 직설적인 내용이 던져졌다.

그만하라는 말을 조금 독특하게 하신다

정황상 지난주부터 포토박스랑 마네킹이 사라지고 라이브방송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일주일동안 링크공유도 안되고 대답을 모두 회피했다. 사실상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정리한다는 말이다

그것을 진짜 나가 하겠다면 해주는데 라며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한다.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의 조건을 제시하며 하라고 하니 난감할 따름이다.


오늘 방송을 준비하며 이상하리만치 께름직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보다. 장황하게 라이브커머스에 올인하겠다가 아니면 이 일을 할수 없다라는 반 협박 비슷한 말을 듣고있어야만 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참 이 대표는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구나, 그래서 직원들도 그랬구나, 라며 지금 다니고 있는직장과 대조대며 내가 좋은환경에서 일을 하느라 이런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었는데 현실은 이런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많은거구나 라는 현실감이 올라왔다.


그것을 통해 나의 직장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졌다. 20대 프리렌서로 활동하던 시절 이런 부당한대우를 한없이 많이 당해왔었다. 내가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법의 보호, 직장복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이고 좋은 환경에 대해 무뎌졌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다. 정리했다.

대표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저는 라이브커머스를 이곳에서 배웠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 상황이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저의 꿈을담고있는것이긴 하지만 저의 생업은 따로있습니다. 라이브는 소득이 없으니 그 벌이를 통해 지내야 합니다. 그 직장은 스케줄근무이기 때문에 주 3회 고정시간을 장담 할 수 없으며 6시간 방송은 무리인듯 합니다. 대표님의 계획과 저는 부합하지 않네요. 이런건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결정하기 더 수월했을것 같습니다.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기분이 너무 나쁘고 울컥할줄 알았는데, 이 지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던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이 공간에 오가며 생각했던 나의 꿈과 감정을 떠올렸다. 면접을보러와 공간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이해했다. 청심원을 먹어가며 첫 방송을 해냈고, 두번 세번째 방송을 해 나가며 세삼 브랜드와 마케팅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Sns마케팅을 공부했고 부족한 실력으로 영상을 편집하며 크리에이터가 된 나를 상상했다. 그랬던 공간이다. 안녕 고마웠어


에이전시에 연락을 하고 상황을 이야기했다.

차갑고 이성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대신 화내주셔서 내 마음이 더 차분해 질 수 있었다. 대표님이 저 대신 화내주시니까 제가 좀 위로가 되네요.


술이 너무 땡겼다.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나발을 불고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나쁜 사람으로 인해 내가 나쁜에너지에 끌려가게 되는 꼴이기 때문에 술은 기분좋은날 먹고 오늘은 맛있는걸 먹여야지 라며 분주한 퇴근길 대중교통에 올라탔다.


마음이 굉장히 덤덤했다. 집에 오면 감정이 올라와 냉장고를 다 털며 허기짐을 채울 줄 알았는데 입맛이 별로 없었다. 간단하게 요거트 조금 덜어먹고 잠자리에 누웠다.  아무래도 복선상 이 흐름을 예상하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이곳과 오래 일하면 힘들어질거라는거 (한달 반 동안 너무 체계적이지 않은시스템에 괴로웠음)알고있었지만 꿈을 위해 억눌러왔었던것 같다.

라이브커머스를 계속 하고싶다. 나는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하는게 좋을까 네이버에서 몇개의 방법을 검색하다가 잠들었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천장만 바라보고있는것보다는 생각을 조금 외부로 돌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세개의 방송영상과 나의 판매스코어를 완성할수 있었다.  여기에서 내가 문제가 된 상황보다는 외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더 좋은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제 나와 더 잘맞는 새로운곳을 찾아나서야 겠다.

운명이 만들어주는 구원에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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