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체력이 고갈됐다. 호주에 오면 꼭 브런치를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 타이밍인 것 같다. 잠시 멈춰서 주변 카페를 찾아보니 괜찮아 보이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 내부 인테리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 구글맵이 알려주는 대로 걸어가는데 꽤나 구석진 곳에 있다. 점점 인적이 드물어져 생각과 다른 곳이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카페로 갔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들어서니 아주 깔끔하고 아늑한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직원이 밝고 높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 여기서 먹고 갈 건가요 포장할 건가요?”
“여기서 먹고 가려고요”
“그럼 원하는 곳에 앉으세요!”
우리는 자리를 잡고 직원이 준 메뉴판을 신중하게 읽었다. 나의 첫 브런치는 성공적이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탐색했다. 브런치 메뉴가 다양해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계란이 올라간 토스트와 블루베리 데니쉬 그리고 아이스 롱블랙과 라테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카페를 둘러보던 강이가 4목 게임을 들고 왔다. 나는 게임을 못 하는 편이고 강이는 잘하는 편이라 게임을 하면 약 90% 확률로 강이가 이긴다. 그래도 이건 간단하니까 해 볼만할 것 같다. 가로 일곱 칸, 세로 여섯 칸의 구멍이 뚫린 판 두 장이 붙어있다. 그 판 사이로 위에서 칩을 떨어뜨려 밑 칸부터 채워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네 칸을 재우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는 1:3. 일승은 당연히 나였다.
더 지면 기분이 나빠질 찰나에 다행히 음식이 나왔다. 내가 딱 상상하던 비주얼이다.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이렇게 예쁜 공간에서 재밌는 게임도 하고 예쁜 브런치도 먹는다니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이라 어디 보따리에 꽁꽁 싸매고 가고 싶은 마음이다. 스크램블 에그는 매우 부드러웠다. 블루베리 데니쉬는 은은하게 달고 고소했다. 여기에 맛있는 라테까지.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여유가 선물 같다.
한국에서는 아무런 걱정 없이 여유를 즐기기가 쉽지 않다. 잠깐의 행복 뒤에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터전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행 중에는 그렇지 않다. 일상에서 벗어나 진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선물이자 여행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