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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만난 은인

by 아라

호주에 왔는데 물놀이를 빼놓을 수 없지. 오늘은 사우스뱅크 인공해변에 물놀이를 하러 가는 날이다. '호주까지 갔는데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해변에 간다고?'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래사장은 당연하고, 얼마나 재현을 잘해놨으면 여기가 진짜 바다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갈매기도 있다.


샤위시설 겸 탈의실까지 넓고 깔끔하게 잘 되어있으니 편리성까지 갖췄다. 다채로운 바다의 풍경과 수영장의 깔끔한 시설을 누릴 수 있는, 각각의 장점만 섞어 놓은 곳이 바로 인공해변이다. 이 정도면 안 갈 이유가 없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다니 마음만 먹으면 이곳을 누릴 수 있는 호주 사람들이 부럽다.


부러움은 잠시 넣어두고, 어쨌든 지금 나도 이곳에 와 있지 않은가! 이 순간을 즐겨야 했다. 얼른 이 공간에 녹아들고 싶었다. 이 순간만을 위해 주문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선크림을 꼼꼼히 발랐다. 준비는 끝났다. 조심스럽게 수영장에 발을 담갔다.


풀장은 깊이가 얕은 곳부터 깊은 곳까지 다양하다. 공을 주고받는 커플, 모래성을 쌓는 가족, 혼자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며 책을 읽는 사람.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만큼은 나도 이들의 일부가 되어 재밌게 놀아야지. 스노클링 장비를 쓰고 물속에 들어가 헤엄치고, 강이한테 수영도 배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분이 다가와 핸드폰을 내밀며 묻는다.


“이거 당신 건가요?”


‘우리는 핸드폰을 풀장 안에 안 가져왔는데...’(당연히 그랬을 줄 알았다)


“아니요, 저희꺼는 아니에요”


그러자 핸드폰 배경화면을 모여주며 묻는다.


“이거 어느 나라 말인지 아나요?”


배경화면을 보니 떡하니 한국어가 쓰여 있다. 어? 한국어인데? 다른 한국인도 있어서 그분들 거인가 보다 생각하던 찰나 이제야 배경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너무 익숙한 배경화면이. 헐. 강이 폰이다.


“저희 거가 맞아요! 너무 고마워요!”


“제가 잠수를 했는데 바닥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어요.”


아무리 방수여도 그렇지 풀장에 핸드폰을 들고 온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강이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놓고 깜빡했단다. 으이구. 그분 아니었으면 영영 못 찾았을 핸드폰이었다. 덕분에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이번 여행은 운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에게도 꼭 행운이 찾아올 거예요!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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