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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과감히

by 아라

오늘은 골드코스트로 가기 위해 차를 빌렸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시간에 맞춰 차 렌털샵에 갔다. 우리가 예약한 차는 도요타의 코롤라. 강이가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지나가는 차를 보며 저 차를 탈 것이니 보고 실망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가격을 생각해 오래된 차로 예약한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차든지 상관없었기 때문에 뭐든 좋다고 했다.


렌털샵에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보증금을 낸 뒤 차 키를 받았다. 사무실에서 나와 차가 있다고 이야기해 준 곳으로 가니 웬걸, 딱 봐도 상태가 좋은 차다. 강이는 구형인 줄 알았는데 받아보니 신형이었던 것이다. 슬쩍 옆을 보니 예상보다 차의 상태가 좋아 강이가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실망하면 안 된다는 말은 스스로에게 한 말인 것 같은데.


나는 한국에서도 운전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운전자이기 때문에 운전은 강이가 담당했다. 호주는 한국과 다르게 좌측통행에 우핸들이다. 강이는 운전을 잘 하지만 우핸들 운전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한 듯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처음 운전할 때도 별로 떨리지 않았다던 강이는 분명 좌측통행도 금방 적응할 거다.


강이는 차 내부의 기능을 간단히 파악하고 출발했다. 한국 차는 방향 지시등이 왼쪽 와이퍼가 오른쪽이지만 호주는 이와 반대이다. 한국 차에 익숙해져 있어 방향 지시등 대신 와이퍼를 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길이 헷갈려 조금 돌아갔지만 그래도 강이는 금방 적응했고 우리는 무사히 골드코스트에 도착했다.


나는 강이의 이런 모습을 닮고 싶다. 강이는 겁이 없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반면에 나는 겁이 많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잘 시도하지 않는다. 사고 걱정이 앞서 운전이 무섭다. 호주에서도 전동 킥보드를 몇 번 탔는데 속도를 내는 것이 무서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옆에서 보면 세상 느린데 말이다.


조심하는 것은 좋지만 겁도 적당히 내야 하는 것 같다. 무서워서 운전을 안 하면 평생 차를 운전하는 편리함을 못 누릴 테니까. 운전을 할 수 있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호주에서도 운전을 할 수 있으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이동이 쉽다.


겁이 한 번에 없어지기는 어렵지만 차근차근 이겨내고 싶다. 무섭다고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웠을 테니까. 조금 더 과감한 사람이 되어 보자고 다짐하며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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