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에 왔으니 서핑을 하고 싶었다. 무려 해변 이름도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얼마나 좋으면 이름부터 서퍼들의 낙원일까? 언제 또 골드코스트에 올까 싶어 오늘 꼭 서핑을 하고 싶었는데 클래스 예약을 못 해서 급히 근처 서핑스쿨을 찾아봤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 가서 물으니 아쉽게도 오늘은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 내일은 가능하니 내일 예약을 하라고 사이트를 알려줬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바로 브리즈번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꼭 오늘이 여야만 했다. 바로 다른 서핑스쿨을 찾았다. 당일 접수는 어려울 것 같아 거의 포기한 상태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지금 서핑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잠시만 기다리면 제가 코치를 불러올게요!”
의자를 내어주며 코치를 데려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 그는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잠시 뒤 한 남자와 함께 그가 돌아왔다. 한눈에 알아봤다. 이 분 고수다. 어딘가 괴짜의 향기를 풍기는 장발의 남자. 서핑이 인생의 전부일 듯한 아우라를 뽐내는 분이셨다. 굉장히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우리는 서핑 복으로 갈아입은 후 양쪽 겨드랑이에 서핑 보드를 한 개씩 끼고 해변으로 향했다. 긍정 기운을 풍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코치님과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대일이예요. 여러분의 이름은 뭐죠?”
“나는 정이고”
“나는 리예요”
“오호 정~리~”
나는 '정리?' 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대일이 말을 이었다.
“서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어요. 그건 바로 머리의 생각을 비우는 거죠.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를 생각해 보세요.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옆으로 넘어질 것 같아 무섭지만 계속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죠. 서핑도 똑같아요. 머리의 생각을 비우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거면 됩니다.”
간단한 용어와 제스처, 물살을 타고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바로 바다로 향했다. 나의 첫 시도. 실패다. 오랜만에 바닷물을 먹었다. 바닷물이 이렇게 짰나? 강이의 시도. 강이는 성공이다. 이럴 때면 참 부럽단 말이지. 내가 실패하면 대일은 나를 불렀다.
“머릿속을 비우고 그냥 즐겨요. 서핑은 그런 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속도가 느릴수록 더 어려워 무서워하지 말고 속도를 붙여 앞으로 나가세요. 못해도 괜찮으니 그냥 즐겨요.”
대일은 내가 물살 타기에 실패할 때마다 나를 불러 격려해 줬다. 대일의 응원과 유쾌한 기운 덕분에 잘 타지 못했더라도 속상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그 순간들을 즐겼다. 결국 보드 위에서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파도를 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
인생도 대일의 말처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는 것.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못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
서핑은 처음 배우면 일어나기는 힘들다 던데 강이는 일어나기도 성공했다. 강이가 일어나는 것도 성공하면 진짜 인정해 준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성공한 것을 보니 내가 인정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웃기군. 강이는 이렇게 잘 타는데 강이한테는 대일이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했다.
“코치님이 오빠한텐 뭐라고 했어?"
“나? 나한테는 아라 잘 위로해 주라던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다. 난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대일은 내가 속상할까 봐 걱정이었나 보다.
대일 잘 지내죠? 덕분에 골드코스트에서 행복한 기억만 남길 수 있었어요! 다음에 골드코스트에 가면 또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