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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보물 지도

인터넷에선 알 수 없는 나만의 현지 맛집

by 아라

브리즈번 도심엔 동서 방향의 큰 강이 흐른다. 강의 남쪽엔 사우스 뱅크 공원이 있다면 북쪽엔 식물원 보타닉 가든이 있다. 오늘은 이곳에 갈 예정이다. 뜨거운 호주 햇빛을 막기 위한 필수 아이템 선글라스와 긴 팔 셔츠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보타닉 가든에 도착했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조금 걸었을 뿐인데 금방 지쳐버렸다. 아무래도 시원한 커피가 필요하다. 보타닉 가든은 이만하면 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 길에 봐 둔 커피숍으로 향했다.


이 커피숍은 건물 모퉁이의 2평 남짓한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도 눈에 띄는 곳이었다. 커피 맛집의 분위기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자그마한 가게 옆 주차장에는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초록색 우유상자에 방석을 올려 만든 간이 의자가 놓여있다. 이렇게 멋스러울 수가 있다니! 건물 뒤 주차장 한 곳에 야외 테이블이 있을 수 있냐는 말이다. 정말이지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매력이 넘치는 커피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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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주문을 받기 위해 말을 거셨다. 잠깐의 대화에서도 느껴지는 사장님의 밝은 에너지 덕에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아이스 롱블랙을 주문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꿀떡꿀떡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아이스 롱블랙이 간절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커피를 받고 우유상자 의자에 앉았다.


커피는 산뜻하고 맛있었다. 호주 커피답게 산미가 강했다. 평소에 산미 있는 커피를 즐기지 않지만 지금 만큼은 이 아이스 롱블랙이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다. 그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니 이제야 기운이 난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를 미리 찾아두지 않았다. 여행을 하며 눈에 띄는 곳에 가서 직접 부딪히는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 인터넷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맛집을 찾아냈을 때 뿌듯함이 있다. 그렇게 찾아낸 맛집은 나의 지도에 저장된다. 차곡차곡 쌓이는 리스트를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세상 어느 보물지도와도 바꾸지 못할 나만의 보물지도에 오늘도 한 곳 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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