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어제 섬을 나와 시골집에 왔습니다.
뒤뜰에는 맥문동이 일제히 꽃을 피워내고 있네요.
그 사이로 뭔가 또닥거리고 있는 남편이 보입니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
그가 무엇을 하든 아무 간섭 없이 보아주리라 마음먹습니다.
내 마음에 들든 말든
그는 그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며 함께 있겠습니다.
이왕이면 다정하고 유쾌하게.
맥문동이 그 연보랏빛으로 무리 지어 피어있기는 하지만
필시 그 뿌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땅과 입맞춤하고 있을 터.
그는 나와 연관되기 이전에 먼저 하늘과 연결되어 있고
나 또한 그러하기에
그리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 또한 그러함을 기억하고
존중하겠습니다.
하여, 오늘 하루
가장 가까이 있을 남편에게
주님을 대하듯 눈을 맞추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주 보며 웃겠습니다.
부디 사랑으로 이 한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