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련사

by 관지

주님

오늘은 시골 장날이어서 남편과 하릴없이 장구경을 하며 양배추랑 당근모종,

그리고 장아찌용으로 노각을 한 바구니 샀습니다.

사이좋게 남편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돈을 벌지 못하고 가장노릇을 제대로 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시하고 때로는 원수처럼, 제 인생의 방해물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면

이 모두는 그저 제 안에 있는 이기심의 어두운 그림자였음을,

그것들과 씨름하는 시간이었음을,

그리고 남편은 주님이 보내신 저의 조련사였음을 인정합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저는 저를 좋은 사람으로 착각하고

저의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덕분에 저는 이제

남편을 저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하나의 역할이나 도구가 아닌,

제 곁에 있는 고마운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도록

저를 붙들어주시고 도와주시고

또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을 함께 나누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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