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한여름의 하오, 그 느슨한 햇살이 뒤안에 가득합니다.
이제 가을이 오면 이 뜨거운 한낮의 정지된 고요와
그늘의 다정함도 놓아야겠지요.
보내려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생각하면 늘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왈칵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어 표현하지도 못하고
또 돌아서면 붙잡지도 않으면서 그리워하고.
태생이려니 하며 후회하지는 않지만
왠지 제 삶의 계절에 여름은 없었던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은 그 뜨거운 삶의 고비마다
주님이 그늘이 되어 주셨기 때문임을 이제는 압니다.
한 여름의 땡볕 같은 숨 막히는 열기들이 안팎으로 몰아칠 때면
늘 피할 그늘이 되어주셔서 저는 숨을 쉴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고
다시 힘을 내어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제40년의 광야길에 신발이 해어지지 않고 마실 물과 양식이 떨어지지 않게 해 주셨던 하늘의 손길을 잊지 않습니다.
아직 더 걸어야 할 길이 남아있지만
어떤 이의 두둑한 지갑 보다도 제게는 주님이 더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