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 말고

by 관지

주님

저는 오늘 이 오두막을 떠나 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동안 잘 쉬고 잘 놀았습니다.

가장 저답게 제 방식으로요.

이 쉼의 공간과 시간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가 연재하는 곳에 원고를 보내야 합니다.

마감날이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치더니 이제는 시들해져서

자꾸 미루고 어찌 안 해볼까 궁리를 하기도 합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잘하려는 마음이 방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은 데 잘 안되니.... 그만 놓아버리는 것

제가 참 잘하는 짓입니다.


그런데 왜 잘하고 싶은 걸까요.

그냥 하면 되는데.


사실 저는 이제 초등학생 같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꾸미거나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게.


언젠가 드라마를 보다가 스토리보다는 주인공만 보여서

결국 토가 나올 것 같아 꺼버린 적이 있습니다.

'자 봐, 나 멋있지?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아, 주님

제가 그런 글을 쓰지 않기를 바라오니

다만, 제 눈으로 보게 하신 것들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게 하시고

저에게 내어주신 삶의 자리와 만나게 하신 사람들,

그 삶의 풍경들을 그리도록 저를 도와주십시오.


부디

주님이 주신 기회이오니 주의 붓이 되도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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