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없는

by 관지

주님

오늘은 섬을 나왔습니다.

미역을 택배로 보내려고요.


비는 쏟아지는데

행여 젖을까 비닐로 겹겹이 싸고

3시간 반 배를 타고 나왔습니다.


내일 우체국에 들러 보내고

모레 다시 섬에 들어갈 예정이니

택배 부치는데

3일이 소요되는 셈입니다.


도시의 삶에 비하면 번거롭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제 손으로 수고한 것을 나눌 수 있어서

그리고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요.


예전 손으로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그의 손에 닿는 그 시간을

두근거림으로 기다리던 절이 생각나

마음이 간질거립니다.


주님

주고받는 일을 계산된 거래가 아라,

속도나 편리와도 상관없이

미련하리만치 느릿한 정으로 포장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바쁠 것 없는 여여한 삶의 자리를 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오늘은 피곤한 몸을 위로할 겸

맥주 한 캔 마시고 일찍 자야겠습니다.

저에게 고마운 마음을 선물해 준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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