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로 살지만

by 관지

어젯밤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쳤으나 다행히 정전은 되지 않았고, 대신 예배당에 불이 나갔다가 낮에 원상복구 되었다.


오늘은 종일 바람이 불었고 잠시 멈추면 안개가 가득 몰려들고를 반복, 마치 둘이 숨바꼭질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 나의 일과를 모두 잘 마쳤고, 산책을 했고 그리고 별일 없었다.


원래 꽃꽂이는 어르신 담당인데 출타하셔서 오늘 꽃꽂이는 남편이 했다. 처음 해보는 솜씨다.

자칭 이 교회 수호집사라고 하니, 그럼 오늘은 수호집사가 청소랑 꽃꽂이하시라, 했더니 이렇게 해 놓았다.


궂은 날 말고는 한시도 쉬는 법이 없는 우리 옆집 식구, 콩 모종을 옮겨 심고 계셨다. 이 너른 밭을 혼자 손으로 경작하는데 또 다른데도 몇 군데 있다. 그런데도 손바닥 만한 내 텃밭보다 더 잡초가 없다.


사실 나는 이렇게 부지런한 개미군단 속에서 유일하게 베짱이로 사는 셈인데, 그래도 고마운 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으르고, 못하는 것 투성이인 나를 눈총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덕분이다.


감사.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12화내 일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