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은...

by 관지

하루 해가 저물다.

새벽까지 비 오다가 아침결에 멈추고... 오후가 되면서 완전 맑아졌다.

나는 오늘 마음은 괜찮은데 몸이 좀 기력이 없달까, 약간 시름거리는 느낌이다.


어제 옆집 식구마저 나가고 지금 섬에는 남편과 나 둘 뿐이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좋은데 또 없으면 없는 대로 편한 게 있다. 홀가분하달까, 자유롭달까....


얼마 전에는 혼자 섬에 남아서 이틀을 지낸 적이 있는데 얼마나 그 맛이 좋았는지, 섬 식구가 들어오니 반가우면서도 아쉽더라는.


오늘은 남편과 둘이 윗동네 섬까지 산책을 다녀오며 길가에 뽕나무에서 오디도 따먹고, 바닷가에서 해초도 뜯으면서 하루를 소꿉 놀듯이 놀았다. 그러면서 어쩌면 세상은 공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만 시기와 종류가 다를 뿐, 각 사람의 인생에는 감당해야 할 행복과 불행이 비슷하게 내재되어 있는 게 아닐까 라는...


나는 남편과 살면서 신혼도 없었고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 늘그막에 둘 사이에 이런 달큰한 평화가 주어지니 말이다.


어쨌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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