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날씨는 맑았고
출타하셨던 아랫집 식구가 들어와 모처럼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나는 비 온 뒤 끝의 텃밭 정리를 했고....
연 이틀을 손바닥보다 더 길고 굵은 지네를 보았다.
한 번은 새벽예배당에서
또 한 번은 새벽예배 나가려고 불을 켠 우리 집 싱크대에서.
한 번은 모기약을 뿌려대며 잡았고
한 번은 진저리를 치며 놀래다가 놓쳤고.
그리하여 나는
지금 지네랑 동거 중이다.
작년에는 누워서 책을 보다가 불을 끄려고 일어났는데
바로 베개 옆에 지네가 있어서 놀랐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고 계속해서 지네가 세 마리나 더 기어 나왔다.
그러니까 그때는
동거가 아닌 아예 동침 중이었는데
어찌 그동안 안 물렸는지 소름이 끼치면서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 후로 침대에서 못 자고
소파에서 자다 말다 하다가
모기장을 주문해서 설치하고서야 들어갔는데
이제 모기장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필수인 셈이다.
덕분에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있고
저는 숨어있고 나는 저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잡히겠지....... 한다.
이러고 산다.
이러고 또 이 여름을 살아야 한다.
어쨌든 마음이 처지지 않게 겁먹지 말고 살아야지, 주먹도 불끈 쥐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