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을 물어본 적 있나요?

나와 타인의 불편함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by 알아주다

tvN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김재원 아나운서가 말했다.

어렸을 적 ‘엄마’의 부재 때문에 ‘엄마’라는 단어가 자기를 힘들게 한 단어라고.

그래서 KBS 아침마당 출연자들에게

생방송 전 이것만은 피했으면 하는 '불편한 단어'를 묻는다고 했다.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따뜻한 말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거니까.

단어는 잘못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저마다 속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한 IT플랫폼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할 때

김재원 아나운서와 비슷한 지점을 느낀 적이 있다.

브랜드 마케터는 타깃을 향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

한 날은 추석 메시지로 ‘가족과 함께 풍성한 연휴 보내세요’라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 기업의 타깃인 사람들의 사정은 저마다 달랐다.

연휴에도 가족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의 형태는 한부모, 이혼 가정, 조부모 양육 가정, 환아 가정 등 너무나 다양했다.


관용적인 문구는 삶의 다양함을 반영하지 못했고

‘정상, 보통, 이상적인 모습’이 그려내는 시대착오적인 문장들이

많은 사람들을 열외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의식했던 것 같다,

단어와 문장이 가지고 있는 온전치 않음을.



그래서일까?

최근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게 됐다.

당신이 가진 불편함에 대하여 말이다.



“싫어하는 음식은 뭐예요?”

사람들을 만나고 만날 장소를 찾을 때면

좋아하는 음식보다는 “이것만은 안 된다. 이건 정말 싫다”하는 음식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럼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볼 때보다 훨씬 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을 때

서너 가지를 말하거나 “아무거나 다 괜찮다”던 사람들도

“중식은 속이 더부룩해서 그것만 빼면 된다”라거나

“매운 음식만 아니면 된다”라고 답해줬다.


딱 그것만 뺀 음식을 찾다 보면

대부분 그를 배려한 음식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싫어하는 것의 여집합은

괜찮거나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것을 알려주는구나!”


김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김치를 담그고 나서 “조미료는 하나도 안 쳤어”라고 싫어하는 재료를 먼저 언급하는 이는,

이 말 하나로 자기 김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굳이 “빨간 양념에 국산 생강에, 찹쌀가루에, 무도 넣고, 청각도 넣고, 굴도 넣고, 멸치 액젓도 듬뿍, 단맛 나게 홍시도 다 으깨서 넣고...”라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불명예스러운 재료의 여집합은 음식에 대한 명예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이에요?”

최근 만남들에서 묻기 시작한 질문은 이거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세요?

누군가를 지칭하며 싫은 점을 묻는다면 험담이 되지만

경향을 물어보는 이 질문은 한 사람이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상형을 찾을 때도 수많은 조건을 내놓아도

그 모든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긴 무척 어렵다. (일단 나부터가 육각형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을 기준 삼는다면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하고 미래까지도 내어줄 사람에 대한 폭은 넓어진다.

싫어하는 조건은 대부분 치명적이고

치명적인 것은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에

그것을 피해 간다면 한 사람에 대해 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멕시코 멕시코시티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연인에게는 좋아하는 것으로 애정을 쌓지만

부부에게는 서로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

나와 너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싫어하는 것’에 민감해져야 하나보다.


한 사람에 대해

‘싫어하는 것,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단어가 주는 선입견만 제외하면

정말로 그 사람을 배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대화에서 "그거 싫어하잖아요?"라고 반문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는 것만큼

상대를 향한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겠다.


오늘도 묻는다.

“우리 만나요, 맛집 찾아보려는데 '이것만은 안 된다'하는 음식 있어요?”

“살면서 싫었던 사람은 어떤 유형이에요?”





[작가의 말]

요즘의 저는 모든 것이 다 허용되고 괜찮다고 말하기 보단 불호로 윤곽을 드러내며 선명한 사람이 되려고 해요.

'나'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앎으로 직관의 힘이 커지고

타인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인지함으로 섬세한 성격은 장점으로 극대화되더라고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멕시코 멕시코시티


그래서 지금부터는 ‘제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 해요.


무슨 음식을 싫어하나요?

* 김치찌개, 계란 요리, 참치, 라면:

이들의 공통점은 자취요리의 대명사들이라는 점이죠. 사실 모두 좋아하는 음식들이에요. 관점을 살짝 비튼다면 ‘바깥에서 사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겠네요. 적어도 식당에선 구하기 힘든 식재료에, 흉내내기 어려운 조리의, 시간을 들이는 복잡한(?!) 음식을 먹고 싶어요.

번외로 집에서 된장찌개, 카레, 파스타도 자주 해 먹는데, 이것들은 바깥에서 먹어도 상관이 없더라고요. 식당에선 제가 집에서 해 먹는 것과 다른 맛을 내어놓거든요.



어떤 사람을 싫어하나요?

* 성의가 없는 사람:

정성이 부족한 사람, 성실하지 않은 사람과 있으면 제가 항상 좀 틱틱거리고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은 진정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 예의 없는 사람:

지인으로 두기 부끄럽습니다.


* 자기중심적인 사람:

목적과 의도가 본인만을 향해 있는 사람. 끝없이 자신의 이야기로 되돌아오는 사람. 모든 공치사에서 주변 사람을 변두리로 만드는 사람. 자신을 빛내기 위해 타인에게 ‘과한 칭찬’으로 설득하는 사람.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되더군요.

잘 보이는 이유는 제게도 이런 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여, 꾸준히 벗어나려 하는 기준이기도 해요.


*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려는 사람:

실은 매우 좋아했지만 빠르게 친해진 사람은 빠르게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데 완급조절을 하는 편이에요. 지금 내 앞에 온 귀한 인연... 천천히 친해져서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아시나요?

싫어하는 것의 대척점에 있는 좋아하는 것!

그것이 훨씬 가짓수가 많다는 것을요.

그걸 아신다면 이 글은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요.

작사가, 인터뷰어, 카피라이터, 시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가장 좋은 것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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