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끝만 보고 사는 이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세요

첫 번째 대표기도 | 기도로 나를 소개하던 시간

by 알아주다

모교회였던 천주교 성당에서

개신교 교회로 옮겨서 한 첫 대표기도였어요.

진지할수록 잘 들어주는 분위기가 있었던 걸 기억해요.


나의 기도, 나의 고백으로 소회를 밝힙니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문 밖에서 노크하고 계셨던 주님,

이 자리에 나와 예배하고 기도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복음의 씨앗을 심고 사랑의 수고를 거듭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안에 있는 완고함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주님 앞으로 나오는데 도움이 된 분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주시고 격려와 축복을 내려주세요.



성령님, 오랜 억눌림에

주님 앞에 나왔지만 구하지 못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목소리부터,

소망이 없다면 소망을 구하는 기도부터 하도록 마음을 부어주세요.

주님 앞에서 조금씩 구하는 것이 많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령으로 충만해질 때 바라고 구하는 것도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



예수님,

가정 안에서 홀로 신앙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복음을 모르는 가정 안에서

그분들을 믿음의 맏이로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능력의 주님 앞에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이들이 가족문화 안에서 예배를 거르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러주시고

분별된 삶을 통해 부모형제들이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눈치챌 수 있도록 북돋아주세요.



아버지 하나님,

교회에 아이와 시간을 나눠 쓰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를 통해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위한 시간만큼은 아이와 나눠 쓰지 않도록,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혀 어둠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세요.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줄 수 있도록 단단히 지켜주세요.

교회에 자모실이 생겼습니다.

공사가 진행되는데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큰 그림을 보고 계신 주님,

자극적인 결과 없이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지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주님이 예비하신 결과를 기다릴 수 있길 원합니다.

주님의 계획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길 원합니다.

과정 중에도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동행해 주세요.

회개를 반복해 맑은 성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봐주세요.

주님과 관계를 회복해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더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사랑의 주님,

주님이 귀하다 여겼기에, 주님의 작품이라 하였기에

스스로를 다시 귀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의 기도'가 넓어질 수 있길 기도합니다.

제 발끝만 보고 사는 주님의 자녀들에게

말씀이 등불이 되어 다른 이들도 비출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하는 집이 되어, 스스로의 담장을 넘어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이웃을, 공동체를, 사회를, 나라를, 열방을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귀한 마음을 부어주세요.



우리의 기도를 잘 들어주시는 주님,

지금부터는 주님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사경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OOO 목사님이 준비과정 속 겪는 어려움도

주님이 마땅히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

주님의 메신저인 목사님의 영성과 입술을 통해

잠자고 있는 우리의 신앙이 깨어나길 기도합니다.

말라있는 우리의 뼈들이 살아나길 간구합니다.



오늘 예배에서

함께하는 찬양이 서로를 향한 기도가 되고,

목사님의 말씀 선포가 교회 안팎을 향한 기도가 되길 소원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작가의 말]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인천


인생에 가끔 어려운 순간들이 옵니다.

그런데 어떤 어려움은 어려움보다 더 많은 것들을 끌고 와요.

그동안 좋아하는 것들이 더 이상 좋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는 상태로 저를 두고 가더군요.


몇 해 전 저는 번아웃의 후폭풍을 겪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바쁨으로 점철돼 저를 돌보지 못했었거든요.

지금은 배신감이라는 감정이, 강한 사람들에겐 잘 오지 않는

본인의 심신이 약할 때 겪는 일이란 생각도 하지만

그때는 관계에서 오는 상처도 제가 해독해야 할 숙제들이었어요.


당시 한 친구가 제 상태를 눈치챈 것 같아요.

친구가 성경 말씀을 아침/저녁으로 보내주기 시작했거든요.

그 빈도가 때로는 혈육의 격려보다 지속적이었어요.

괜찮은 척을 하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혼자인 순간에는 고마움이 배가 됐어요.

인간적인 걱정과 위로가 주춤하고 있을 때도 성경 말씀은 마르지 않았죠.


저는 당시 하느님을 알았지만 성당엔 나가지 않고 있었어요.

번아웃의 원인이 된 일에 전심을 다하고 있었거든요.

사적인 관계도 거의 없이 일만 하고 있었죠.

언젠가 유튜브 채널 <최성훈의 사고실험>에 나온 정세랑 작가

회사에서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에서도 사람이 쉽게 고립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딱 그 고립의 상태일 때 개신교인 친구는 제게 계속 노크를 한 것이죠.


사실 정말 개신교 교회에 가기 싫었어요.

비신자들이 인지하는 개신교에 대한 선입견은 저 역시도 나이만큼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성당을 먼저 간 것이기도 하고요.

몰라서 안 좋은 점만 알고 있었듯이, 알게 되니 좋은 점도 보이더라고요.

어떤 것을 보고 다닐지는 저의 선택에 달려 있고요.


친구의 지속적인 말씀 전달로 파악하게 된 건

본인에게 이득이 없는데 저한테 계속 잘해주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 이유가 뭘까? 친구의 정성에 감복하여

제가 먼저 "교회에 한 번 가겠다"라는 말을 하게 됐어요.

그 한 번이 여러 번이 되어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성당에서 개신 교회로 옮기게 됐어요.

두 종교 다 '같은 신을 믿고 있다, 크리스천이다'라는 생각이 힘을 실어주었고요.


친한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는 생각으로 교회를 다니게 된 지 1년,

대표기도 요청이 왔어요.

교회 내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기 싫었지만 피할 수 없어서 기도를 준비하게 됐어요.

개신교회에서 피상적으로 쓰이는 교회언어들을 최대한 배제해서

초신자가 들어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기도문을 작성했어요.

또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넘어간 만큼 동일한 신인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바꾸기도 했어요.


첫 기도문에는 친구가 제게 카톡으로 보내 준 성경 말씀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이역만리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기도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챙기는 건 진짜 제 마음 안에 있는 기도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쓸 수 없었어요.

정말 '나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서, '나 때문에' 괴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를 이 예배에 나오게 한 점을 감사하고, '나의 기도'가 넓어지기를 바란다는

온통 '나'를 중심으로 대표기도를 풀어냈죠.


주일예배 당일, 준비한 기도 대본을 읽기 시작했어요.

울음이 나온 건 아니었는데 나의 심정을 목소리화해본 적이 많지 않아서 목이 메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기도가 끝나고 나선 후련한 마음이 컸어요.

앞에 세워져서 나를 드러내거나 떨리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교회 사람들에게 기도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기도 했고

말로 기도함으로써 해소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싶지만

'나'를 중심으로밖에 기도가 나오지 않는 제 신앙의 위치도 알게 됐어요.

그 위치를 알게 되면 어떻게 흘러가야 하다는 것도 알게 되죠.


끝나고 나서 친구가 함께 울어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나의 일인데 같이 울고 웃어주는 친구가 고마워서 기억에 많이 남는 대표기도이기도 해요.

친구에겐 제 입에서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기도였을 거예요.

친했던 친구와 더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콘텐츠의 처음이 그렇듯

첫 대표기도는 진정성으로는 최고였어요.

모든 것이 나의 기도, 나의 고백이었어요.

자기소개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이 기도는 제 안에 계속 공회전했어요.

바람대로 다음 번엔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나에서 벗어나 타인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한국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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