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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10. 2021

에필로그 | 운명을 바꿀 기회! 다시, 내가 되는 꿈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이야기 마흔다섯 @한국

내게 힘이 됐던 문장들, 핸드폰에 저장해 두던 사진들, 회사에서 수급해 서비스하던 영상들. 이 콘텐츠들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만들어 볼 순 없을까?' 늘 오리지널이 되고 싶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는 솔직해질 수 없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편견 없이, 구속 없이 진솔한 마음들을 나누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멀리 TV에 나오는 사람들한테도 감화를 줄 수 있을까? 시간을 잘 쓴다는 게 도대체 뭘까? 바쁘게, 빡빡하게 사는 게 시간을 잘 쓰는 게 맞는 건가?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 하루, 한 달, 일 년을 쓰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을 갖고 싶다. 역시나 답은 내가 오리지널이 되는 거였다.


나 역시도 수많은 오리지널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슬플 때, 이해받고 싶을 때, 새로운 것을 알아볼 때 많은 콘텐츠를 접했다. 뭔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억울해도 말 못 하는 사람이나 슬퍼도 슬프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준다고 여겼다. 그것을 공유하거나 좋아한다는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다. 넘치는 생각과 감정은 어떻게든 새어 나와야 하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겐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선언하는 사람들은 아무 말 않는 그들의 목청에 물꼬를 터주는 것 같았다. 특이하다고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특별하다고 누구도 해주지 못한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특이한 게 아니라 더 잘되고 싶어서 그런 거 안다고, 아직 항복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세상 속에서 깎이지 말고 더 특별해지라고 응원해준다 믿었다. 나도 항상 그런 위로와 공감을 받았는데 '그게 내가 될 순 없을까? 내가 더 많이 표현해서, 단지 생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사막에 물길이 될 순 없을까?' 그래서 이번에 해보기로 한 것이다.



에세이는 '시도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에세이예(essayer)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나는 오리지널이 되기 위해 에세이를 시도했다. 이 글들은 나의 살갗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곳에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 여행하면서 메모했던 것들, 종교를 알아가 세례를 받으면서 느꼈던 것들, 여행 후에 오는 것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과정은 내가 낸 숙제들을 하는 과정이었다. 숙제를 하는 동안 실패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했다. 그것에 자유롭지 못하면 마음속 미련한 것들을 제거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열심히 실패하려 했는데 실패에 실패하면 '좋은 운에 걸렸구나' 하고 감사할 거다. 그래서 이런 걸 매듭지을 수 있게 된 시간들 앞에 '감히'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샘플북


내가 낸 숙제는 지독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해를 넘고 넘었는데 아직도 붙잡고 있었다. 내 안에 갇히지 않으려 시도한 글인데 이게 족쇄가 되어 맘 편히 쉬는 날이 줄었고, 이걸 끝내지 못해서 "앞으로!"를 외치는 날 역시 줄었다. 너무 많이 멈추고 미루다 탄생한 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할지 명확했기에 마무리는 꼭 할 것 같았다. 그건 역시나였다. 드디어 숙제 못한 인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마무리를 하고도 한동안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드러내고 싶은 마음 사이를 공회전했다. 그래도 빼꼼, 타인과 공유하기로 한 이유는 이 시간들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말수를 줄여가던 나에게 "너 이런 생각을 하고 지냈구나" 하고 누군가 알아준다면 자족할 것이다. "네 덕에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온 듯 마음이 들뜨고 공감 갔다"는 말까지 듣는다면 행복은 연장될 것이다.


「살다, 생각하다, 바라보다」의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책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고독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항상 다른 사람을 향해 나아간다.
단 한 명의 다른 사람. 모든 책은 혼자서 읽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자기가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지 모른다.
독자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종이 위에 새겨진 모든 문장은 접촉을 향한 시도,
이해받고자 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고독했지만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과정이었던 이 시간, 누군가를 어루만져주고 스스로를 이해받을 수 있는 시간으로 보답받고 싶다. 하여 나는 이 글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닿길 바란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보다는 가고 싶은 사람, 아프리카로 떠날 여력은 되지 않지만 글로 같이 걸어보고 싶은 사람, 여행이 두렵지만 계획이 있는 사람, 겁쟁이들, 나처럼 종교에 관심이 생긴 사람, 아무것도 아닌 내게 책을 써보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지해주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미래에 사는 사람들, 고집불통인 나를 사랑으로 기다려준 가족들, 우분투 팀원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그들에게 닿으면 나는 '사람들 들뜨게 만드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싶다'라 했던 내 꿈에 도달한 걸까.

이 책을 계기로 운명을 바꿀 기회가 내게 속도를 내 달려왔으면 좋겠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다시, 내가 되는 꿈이었다.



참고문헌

∙ 윤준성, 박예원 공저,「동∙남 아프리카 여행백서」, 나무자전거, 2014.

∙ 김희경 저,「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푸른숲, 2009.

∙ 박준 저,「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 이병률 저,「내 옆에 있는 사람」, 달, 2015.

∙ 대니얼 코일 저, 박지훈 옮김,「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웅진지식하우스, 2018.

∙ 김명철 저,「여행의 심리학」, 어크로스, 2016.

∙ 박웅현 저,「다시,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6.

∙ 송봉모 저,「순례자 아브라함2, 내가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바오로딸, 2009.

∙ 시리 허스트베트 저, 신성림 옮김,「살다, 생각하다, 바라보다」, 뮤진트리, 2014.




[작가의 말]

그동안 아프리카 여행기 <우분투,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를 귀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쓰고 나면 작가의 손을 떠난 글들은 독자들을 찾아가 새롭게 해석된다고 해요. 독자분들의 삶의 파도에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유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제, 다른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D


좋습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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