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내려오는 눈을 보면서
지금 눈이 내린다.
근무하면서 창 밖으로 바라보는 눈은 참 예뻤다.
적당히 하얀 세상, 부드럽게 떨어지는 눈송이들.
창 밖에서 눈을 바라보며 감탄하던 아까와 달리
쌓이는 눈을 치울 때에는
눈은 어서 사라지고 그만 내려야 할 방해꾼이 된다.
눈은 그냥 내렸을 뿐인데.
상황마다 눈은 다르게 보인다
하룻밤 지난 내일 아침,
창 밖에서 바라보던 눈과
출근길의 눈은 또 다를 것이다.
출근길의 눈은 모두의 공공의 적이 된 듯
눈에 맞서 사람들은 하나가 되겠지.
도로의 경찰들은 용감해지고
대중교통 운전사분들은 전사가 되며
우리들은 목도리와 장갑 귀마개로 이루어진
전투복을 입고 눈에 맞서 직장으로 향하는 여정.
창 밖에서 바라보던 눈은 내 편이었는데
이제는 눈에 맞서 사람들이 한 편이 되는 역전 드라마.
눈은 그냥 내렸을 뿐인데.
또 내려오는 눈은 참 아름답지만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힘을 쓰고
반쯤 녹은 질퍽질퍽한 눈을 밟으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쓸 땐 눈은 짐이 된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기 위해 늘 손이 많이 간다.
어쩌면 눈 오는 날보다
그냥 그런 날들이 정말 아름다운 걸지도 모르겠다.
아름답다는 걸 모른 채 지나칠 뿐.
눈은 그냥 내렸을 뿐인데
너무나 다르게 보이는 시선들.
눈 밭을 해치고 사온 군고구마는
그 어느 때보다 꿀 맛.
눈이 내린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군고구마.
더욱 낮아지는 기온으로
꽁꽁 언 내일의 눈은 또 어떤 시선으로 보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눈은 예쁠 수 있을까?
나의 시선은 한결같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