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게 하는 것 둘. 여유

여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시기들

by 윤목

조급함이 문제였던 것 일까.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식사 시간은 거의 10분 이내였고.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에 5시간 남짓. 하루에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잠에 들었을 때. 24시간 중 18시간 이상은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과 함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롯이 홀로 열중했다. 낮과 오후에는 일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편의점부터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바에서 까지 일벌레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일에 목을 맸었다. 밤에 들기 전엔 늘 컴퓨터를 켜고 글 쓰는 연습을 했다. 블루함이 찾아오는 새벽 이면 늘 내일 무엇을 해야 할지. 며칠 몇 달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하는 시간까지 정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장소만 바뀌었을 뿐 초등학생의 방학 시간표처럼 스스로가 짜낸 빽빽한 하루의 일과를 매일같이 보냈다. 지금의 이 글처럼.


자연스럽게 지인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만 했던 몇몇의 시간들은 나에겐 곤욕의 시간들로 바뀌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늘 유쾌하고 즐겁던 타인과 만남의 시간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고. 나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타인과의 대화 주제들은 나를 시간의 감옥에 가두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불편한 나의 낌새를 금세 눈치챘다.


"네가 너무 여유 없는 삶을 살려고 해서 그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각기 다른 날 각기 다른 지인들은 나에게 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스스로 할 것 하고 나름 혼자만의 시간도 틈틈이 잘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반발감부터 들었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 하려고 만나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 아까웠고. 그런 만남들이 하등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 시간에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매달리는 게 더 효율적이여 보였다. 그런 말을 주변에서 들을수록 채찍이라 생각하고 더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일 수도 있고 여전히 진행형일 수도 있겠지만 28의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랬었다. 대표는 늘 외로운 자리라고. 그러나 나는 워낙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보니 괜찮을 거라며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너무 여유로워서라고 치부해 버렸다. 30에 다다라서야 나는 이제 깨달았다. 이젠 좀 여유 롭고 싶어 졌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싶지도 않아졌다. 미래를 위해 준비한답시고 버려냈던 나의 여유로울 수 있던 시간들은 사실은 50m, 100m 달리기를 위한 준비였음을 깨달았다. 인생은 마라톤보다 더 긴 싸움인데 말이다. 과정은 늘 길고 결과는 한순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망각했다. 과정의 연속 속에 사는 나는 여유롭게 잘 쉬어야 했고 보다 길게 꾸준히 나아갔어야 했다.


요즘은 여유를 만들고 머리와 몸에게 쉴 시간을 부여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30년간 살아온 습관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한가롭게 쉴 때가 맞는지 수없이 머릿속에서 싸운다. 그럴 때면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곤 한다.


여유가 없다는 말은 늘 거짓말이다. 여유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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