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지 전혀 몰랐다
<적고 싶었다> #16
일에 치인건지 삶에 치인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흘려 보냈다. 정신 없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4월이지만 여전히 내 옷장 밖에는 패딩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계속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창 밖을 보면 봄이 오는 것을 알수 있다던 어린날 읊조렸던 어느시의 이야기는 내가 어른이 되어서 일까 어디까지나 동심의 이야기일 뿐.
무심코 녹사평을 지나가던 길. 서행하는 차창의 밖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고야 말았다. 그때서야 나는 봄이 지나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다란 벚꽃 나무 아래에서 서로를 찍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지나가고있는 봄의 흐름을 만끽하고 있는 그들이. 가던길을 잠시 멈추어 그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에 담을 법도 하건만 나는 끝끝내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을 켜 보았다.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벚꽃놀이로 인해 고속도로가 많이 막혔다던 이야기를 들었을때 인스타그램을 오늘은 켜지 않기로 마음 먹었어야 했다. 미련하게도 차가 막히지 않음에 즐거워 하고 있지 말았어야 했는데.....남의 벚꽃놀이가 너무도 부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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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내 생에 최고의 벚꽃 놀이는 대학교 1학년 시절 대학 동기들과 갔던 벚꽃놀이였다. 20살, 갓 자유를 만끽하던 14명 동기들과 다같이 윤중로 잔디에 누워 즐겼던 그날. 애석하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던 우리의 벚꽃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