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뉴를 고르는 방법

음식 선택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by 윤목

'뭘 먹어야 하지...'


늘 느지막한 저녁 즈음이 되면 나는 수많은 고민에 빠진다.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어렵고도 반복되는 고민은 바로 '저녁 메뉴'다. 하루에 한 끼에서 두 끼 정도 먹는 편인데도 이렇듯 먹는 것을 정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입맛이 까다로워서도 아니다. 그냥 대충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편인데도 어째서일까.


"저는 밥 메뉴 고르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요."


그녀와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던 중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본인은 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상대는 밥 메뉴를 정하지 못한다고 털어놓다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연애가 시작된 뒤에서야 그녀는 나의 고민이 진중하고도 무게감 있는 고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랬다. 굉장히 사소하고도 소소한 고민이지만 나에게 밥 메뉴 정하기란 몇 시간이고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딱히 당기는 게 없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였을까.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데에 한세월의 시간들을 보낸 것은 시작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나 오래되었던 것 같다. 나는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한참 전부터 유튜브를 켜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온갖 요리들을 보며 먹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까지 시간을 쏟는다. 그러나 역시나 한순간에 먹고 싶은 메뉴가 눈에 들어올 까닭도 골라질 리도 없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녀와 함께 저녁의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후 1시였다.


"산책하면서 뭐 먹을지 고민해 볼까?"


"응! 그러자"


그녀는 산책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르자는 나의 제안에 동의했다. 우리는 강남대로를 걷는 내내 고민했다. 수없이 늘어서 있는 가게들의 간판과 메뉴판들을 지켜보면서. '김치찌개' 우리는 자극적인걸 잘 안 먹으니까 자연스레 눈길을 옮겼다. 그리고 수많은 메뉴들을 보았다. 한식부터 일식, 중식, 양식까지 모두 보았으나 딱히 무엇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여전했다. 40분 정도를 걸었다. 강남대로에 있는 간판들은 거의 훑어본 듯했다. 대로를 돌아 집으로 오는 길 다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 교보 문고 가보자"


산책 때마다 걷기 싫은 날이면 가는 곳이었다. 자주 간다고 해서 매번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 확실하지만. 새로운 책을 찾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읽을만한 책이 있나 확인을 하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다. 요리 분야가 가득 찬 판매대에 도착했다. 집밥 요리 레시피들과 베이킹 레시피들이 가득한 책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무엇을 먹고 싶은지 도무지 마음이 서지 않았다.


"뭐 먹고 싶어? 골라봐 한번"


마치 내가 모든 음식을 다 해줄 수 있는 것처럼 수십 권의 책 앞에 서서 골라보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사랑하면 닮아간다고 했던가.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도 나처럼 음식에 대한 큰 기댓값이 없었다. 둘 다 그저 건강한 음식. 간이 덜 돼있는 음식. 그렇다고 조금 나쁜 것을 먹고 싶다면 떡볶이나 국수가 전부인 사람들이다 보니 늘 결정은 어려웠다. 늘 서로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도돌이표와 같은 질문과 답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진부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서로 고민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클 뿐.


결국 우리는 비어있는 생각으로 서점에서 빠져나왔다. 아무런 것도 결정하지 못했고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저녁 메뉴 하나를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고. 먹지도 않을 음식들의 메뉴를 머릿속에 넣었다 뺐다 해서 그런지 머리만 가득 찬 느낌이었다. 머리가 큰 탓인지 들어와 나가지 않은 메뉴들이 너무 많았고 그 쌓여버린 메뉴들은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낮잠이나 한숨 자고 생각할까 우리?"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 이미 해는 져버린 지 오래였고. 며칠 전 먹고 싶어 했던 칼국수를 해 먹기로 했다. 그렇게 한 끼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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