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김밥

<적고 싶었다> #31

by 윤목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의 김밥이 그 어떤 친구들이 싸온 김밥보다 맛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쩌면 아빠는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때때로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산행을 기다렸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엄마가 챙겨주던 자르지 않은 통 김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지 생활 10년 차. 본가에 갔을 때 처음으로 엄마한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말을 꺼내 보았다. 단 한 번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는 질문에 답한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그랬을까 엄마는 밤 11시에 마트에 가야겠다고 부산스레 움직였다.

마트에 가는 길. '웬일이야 엄마가 싸준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하고?' 엄마가 엘리베이터에서 잔뜩 신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냥"

여전히 설명하기 귀찮아서 한 단어로 끝냈다. 세상 정 없는 아들 같으니.

그냥이라는 대답 뒤엔 말 못 할 여러 이유들이 숨어있었다. 요즘 김밥을 종종 먹었는데 쌀이 날아다녔다는 평범한 이유들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심적인 힘듦이라는 평범하지 못한 이유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엄마가 갓 싸준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김밥이 너무 공허한 입안에서 맴돌았다.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날 아침. 엄마는 10줄이나 쌌다며 실컷 먹고 남은 건 가지고 올라가라고 했다. 식탁에 올려진 김밥들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맛살, 햄, 오이, 단무지, 계란 열심히 새벽에 자르고 볶았을 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왜 엄마가 직접 싼 김밥이 먹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다 큰 아들이 엄마한테 안아달라 할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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