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혼자인 방
컴컴한 진흙 구덩이 속
회색빛의 이불을 덮고
덩그러니 머리만 내밀어
들숨과 날숨을 세고 있을 때
한줄기의 빛이
문틈을 비집고 새어 들어왔다
벌써 해가 말갛게 떠있을 리 없는데
감싸 안은 이불의 바느질 선 마저 보이더라
덩그러니 내밀어 놓은 머리를 들어
문의 틈 사이를 확인하고서야
역시나 그 빛은 해가 아니었음을
책상에 켜 두었던 작은 스탠드 빛이었음을
더 이상 울적할 것도 없던 시간
자그마한 따스함에 설레던 마음은
역시나 하는 부정에 멎었다
애석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애석하다 여기며
내밀은 머리를 도리질 치며
이불속으로 숨겼다
이내 다시 아침이 밝아왔을때
말갛게 뜬 해를 이제 바로 보지 못하고
혹여 스탠드의 빛이면 어찌할까 하여
숨겨둔 머리를 내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