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채도는 한없이 낮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창 밖의 모든 풍경이 수묵담채화와도 같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각이었다. 생명이 가득해 보였던 맑은 날의 여름이 한창인 가운데 며칠새 내린 비는 괜히 우수에 젖게 만들었다. 슬픈일 보다는 기쁜일이 더 가득한 날인데. 더는 슬프거나 힘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평안하고도 고요한 날들을 이어가고 있는데 마음의 나침반은 괜히 우울의 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웃으며 전화를 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일에 가슴설레어 하는 것도 잠시 뿐 이었다. 즐거움과 우울의 사이에서 미아가 되어버린 나는 차라리 눈을 감으면 우울감을 떨쳐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자코 눈을 감아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울적함은 가시지 않았다. 이번엔 소리가 문제였다.
어린 시절 부터 우울감이 찾아 올 때면 즐겨야 극복 할 수 있었다. 이겨내려 하면 역시나 이겨지지 않았기에 비가 오는 날이면 괜히 더 울적해 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떠올렸다. 어디까지 내려갔다 와야 할 지는 모르지만 슬피우는 노래를 듣다보면 응어리져 있던 우울의 감정은 서서히 흩어졌다. 물론 언제고 다시 뭉쳐서 존재감을 나타낼 지 모르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의 나를 괴롭히지 않은 정도면. 잠시 옅어 지는 정도로 말이다.
우울감이 옅어질 수 있도록 노래를 틀었다.
‘정준일-새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