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이유

by 윤목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을 집에서 보내던 집돌이의 삶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코앞의 편의점을 가는 것 조차 힘들던 내가 가깝게는 청담 멀게는 강동까지 이동하는 스케쥴을 보내고 있노라면 변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면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유난히 힘든 날인 것 같은 날들이 찾아 오곤 했다. 그럴 때면 평소에 다져 놓은 삶의 의지 따위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머릿속에 한 글자의 단어만이 맴돌았다.


‘집’ ‘집’ ‘집’


이동하는 곳이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더더욱 유혹은 강렬해졌다. 발걸음은 버스정류장을 향하지만 길을 가는 내내 눈길은 집 방향으로 머물렀다. 이내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에는 한 마리의 여우라도 된 듯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몸의 방향을 틀어 멍하니 버스를 기다렸다. 누가보면 집에 아주 중대한 것 이라도 두고 온 것으로 착각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버스 타기 전 까지만 고민과 집에대한 그리움이 괴롭혔을 뿐 막상 길을 떠나면 그 괴로움은 이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집과 멀어져서는 결코 아니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더이상 미련 갖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고민을 했다는 것 조차 까먹을 사람이라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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