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6
2021.08.21
빗소리를 표현한 의성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후드득'이라는 잦지 않은 빗소리에 대한 표현만 생각날 뿐 시원스레 내리는 비의 휘몰아침에 창밖에 내리는 소리를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콰아아' 였던가 '촤아아' 였던가 고민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더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수많은 언어의 파편에서 표현을 찾는 것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참으로 허탈하게도 포기의 마음과 동시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쏴아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는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소리와 비슷했다. 이리도 쉽게 알아챌 것을. 진작 샤워기라도 한번 틀어 봤다면, 혹은 좀 더 빨리 마음을 비워 냈다면...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아쉬움의 감정이 나를 감쌌다.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유독 무더웠던 여름을 지낸 우리를 위한 위안과도 같은 존재지 않을까 싶어 져 아쉬움의 감정마저 위안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끈기도 중요하지만 빨리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 안 되는 사업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가는 나에게 아빠가 얼굴만 보면 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그래도 내가 벌린 일 어떻게든 이어가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싶었던 나로서는 내심 서운하고도 원망 섞인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든 문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아빠의 말은 맞았다 점점 희망은 없어져 갔고 부정적인 상황을 타개할 묘수도 떠오르지는 않았다. 조금 나아지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나도 지치지 않지 않을까 하는 멍청한 나날이 연속되었다. 무정하고 매정하게도 아빠의 잔혹한 말을 들은 지 일 년 정도가 되는 시점에 나는 더위 먹은 강아지처럼 무기력증에 빠졌고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포기하고 나니 되려 일찍 포기할 용기가 없었던 스스로가 참 미련하게 다가왔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무턱대고 체력을 키워 보겠다며, 살을 빼 보겠다며 마냥 달리면 될 줄 알았던 그런 미련함의 시절이 스스로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기를 가장 아름답지 못하게 흘려보내게 만든 것만 같아 씁쓸함은 2배, 3배가 되어 나를 짓눌렀다.
짓눌림 속에서도 나는 살아가야 했다. 과오에 얽매여 스스로를 지나치게 책망하다 자아를 잃는 실수는 하지 않으려 더더욱 지금의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무기력과 함께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선선하고 달리기 좋은 가을을 맞이할 비라서 그럴까. 일주일 내내 들려올 빗소리는 모든 것을 씻겨 내려줄 것만 같아 조금 더 시원히 내려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