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도망

[30대가 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7]

by 윤목

회피. 도망


무책임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 눈이 커서 겁이 많은 것이라 합리화를 하고 이야기를 꺼내어 보려 한다. 내가 할 땐 ‘외면’ 남이 하면 ‘분노의 대상’ 이 되고야 마는 2종 세트. 나에겐 습관이었고 여전히 그 습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고 있지만 가끔은 거짓말이라는 차악인지 동급의 악인지 모를 것으로 대신하게 되는 존재들. 그렇게 나는 자타공인 회피하는 도망자가 되어갔다.


평온한 길을 평온하게 걷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은 모두 지난날의 회피와 도망에서 오는 것이라 미래를 그리기 힘들게 한다. 행여 어디서나 마주치진 않을까. 혹 삶의 하나의 접점이라도 아니 사다리꼴 모양의 평행하지 못한 선 위에 맞닥뜨림을 향해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함에 현재를 살아가게 했다. 확실하지 못한 끝맺음. 보통은 연인이었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애석하고 어리석게도 매사. 모든 일에 대하여 회피와 도망은 습관이었으니.


하루하루가 불편함과 괴로움에 가득 차오르던 어느 날이었다. 어두운 방 한편에 누워 지긋지긋하게도 연속적으로 회피를 하고 있는 스스로의 마음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왜 이러고 있는지 찬찬히 뜯어보던 나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다만, 억울해서는 아니었다.


‘역겨운 것’


‘피할 줄만 알고 언제 한번 문제를 마주한 적이 있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아니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염치없었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대단하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소리에 의지하는 자태를 돌이켜 보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반성과는 가르기 여전히 나는 일의 압박과 타인의 불편한 소리를 매일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지금, 내일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싫은 소리들은 매일매일 적금 들 듯 쌓여만 갔다. 어떤 것은 나를 포기했기도 어떤 것은 한참 후에서야 나에게 성토를 하며 끝없는 반성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렇듯 회피와 도망은 나 스스로를 떳떳하게 해 주지도 않았고 어느 일도 제대로 마무리시켜주지 않았다. 결국 내 손으로 치워야 할 것 투성이들은 거대한 산이 되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공사장의 한 트럭의 흙을 바닥에 쏟 듯.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할 여유 따윈 없었다. 맞닥 뜨려야 할 날이 기어코 내 머리 위에 닿아 오고야 말았기 때문에.


한 순간의 쏟아짐처럼 치우는 것도 한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는 요행을 바랐다. 예전 같았으면 쏟아진 산더미 같은 할 일 위에 드러누워 나중에 치워야지 라며 회피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어차피 결국은 내가 치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당장 행동이 옮기지 않았을 때 모이고 모여서 상상하지 못할 크기가 되어 다시 나에게 던져질 사실을. 회피와 도망은 숨을 내쉬는 한순간 조차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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