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하고 싶은 말 #1
"비가 많이 와서 못 데려다주겠다."
나의 성의 없는 이야기에 너는 내가 변했다 생각할지도 몰랐다. 무심하게 하루 내내 비가 내리는 오늘의 하늘이 나는 이토록 반갑다. 이 반가움은 내가 비가 와서 집에 데려다주지 못하겠다는 이야기와 이어진다. 아주 훌륭한 원인이 되어 네가 집에 가지 못하고 오늘도 나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될 결과를 낳을 수 있으니까. 변했다는 오해를 받더라도 구차할 수 있으나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났음에 감사하다.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차도 위의 수많은 차들이 서로 엉켜 '뛰뛰' '빵빵' 경적을 올려대는 그 도시를 지배하던 순간, 거세고도 세찬 빗소리를 뚫는 경적의 소리들이 나에겐 환호의 나팔과도 같았다.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 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나에게 함께 있고 싶지만 몸이 안 좋아 집에 가야 할 것 같다는 너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참 철없는 연인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혼자 있어서 낫는다는 것보다 옆에서 함께 있는 것이 덜 아프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집에 데려다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너에게 건넸고. 그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서야 오늘 하루의 힘듦과 고단함이 날아가는 듯 집을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택시라도 타고 갈까 봐"
나의 안위는 걱정되고 집에 가서 조금 쉬어야 좋을 것 같기도 한 너의 마음은 나에게 차선책을 제안했다. 완곡히 거절하고 싶은 욕망이 앞섰다.
'그럴 거면 내가 데려다줄게'
입 밖으로 나올뻔한 말을 삼켜내고 "같이 죽어! 비가 이렇게 오는데 사고가 나!" 라며 장난 섞인 말을 내뱉어댔다. 그런 의도가 아님을 알면서도 모질지 않은 척 모진 말을 해댔다.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으로 못난 애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일순간에 혹여나 험한 세상에서 내가 너무 험한 말을 한 것은 아닌가,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생각하여 무서워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웃으며 말을 막았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이 아직도 조심스럽다.
못다 담은 나의 마음을 소심하고도 부족한 글로써 담아내는 것을 보면 조금은 나의 마음을 자세히 전달하고 싶은 것임을. 수줍게 타자를 두드려 본다. 내가 데려다주지 않겠다 말하는 것은 부디 내 옆에 오늘도 함께 있어 달라는 이야기이며, 특별히 하는 것 없는 소소함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 돌려 말하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싶었다.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끊임없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처럼 나는 늘 너에게 혼자의 시간을 주겠다 말하면서도 늘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결국 그것이 너를 힘들게 할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같이 있는 시간은 지독히도 짧아 들숨과 날숨의 찰나에 불과하고, 떨어져 있는 시간은 달팽이가 온 지구 한 바퀴를 돌듯 느리고도 답답한 시간임이 틀림없다.
이런 글을 보면 너는 어쩌면 내가 비가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유독 우울하여 함께 있어 줘야 하겠다는 생각에 무리해서라도 함께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 분명하다. 그 무리를 기꺼이 받고자 없던 우울감마저도 찾아올 생각이 깊으니. 그러니 오늘의 밤. 거센 비가 고요와 적막 따위는 만들지 않는 오늘 밤은 너를 안고 그렇게 스르르 잠에 들어 내일을 맞이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일은 또 다른 이유로 너를 붙잡아 두고 싶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