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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Oct 12. 2021

2021.10.11 월요일

기록 6일 차

 2021.10.11 월요일



 휴일이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바삐 걸음을 움직이는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라 그런지 어딘가 어색한 월요일이다. 급행열차가 지나가고 일반열차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분 남짓, 이미 늦어버린 마음 탓이라 내가 세는 초의 흐름이 빨라진 것일까. 240초는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전광판의 지하철은 전역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 플랫폼, 간혹 들리는 한 둘의 발자국 소리만이 퍼져나간다.


 지하철 안에 앉아 책을 펴 들었다. 플랫폼에서 보내던 시간의 흐름대로 였다면 책의 오십 페이지 정도는 능히 읽을 수 있으리라. 허나 오는 것을 기다리는 데 사용한 시간은 멈춰 선 듯 한 없이 느리게만 흘러가더니 가는 데에 흘려보내는 시간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유속처럼 빠르게도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 한 칸은 오롯한 나만의 책방이 되었다. 누군가가 다음 역에서 들어와 나만의 책방을 나누어 쓰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앞섰다. 나만의 공간도 아닌데 그저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며 매 역마다 열리는 지하철의 문을 경계한다. 문 앞에 서있던 이들이 모두 급행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이길 바랐다. 서있는 이들의 발이 플랫폼을 넘어 나의 책방을 넘어서지 않길.


- - -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의 지하철은 사람이 가득하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는지.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아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들이 무얼 먹었는지 누구의 뒷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으니까. 노이즈 캔슬링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사하다.


 무슨 노래를 들을까 스크롤을 하다 우연히 저장 해 두었던 정준일의 플레이 리스트를 틀었다. 부드러운 음색이 타인의 이야기들을 막아준다. 오랜만에 흘러나오는 그의 노랫말이 귀에 박혀 들어온다. 절절함이 가득한 우울의 노랫말들이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의 흐름들은 감정을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고 넘쳐흘러버린 감정의 잔재들은 나에게 들리지 않고 데이터 조각으로 남아 사라져 버렸다. 몇 년 전 들었던 절규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가 아닌 뇌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반드시 그의 콘서트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애석하다. 듣기 좋게 다듬어진 것보다 거칠어도 감정이 담긴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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