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9일 차
2021.10.14 목요일
일주의 유일하게 스스로를 오롯하게 돌볼 수 있는 하루. 나는 아무 곳도 나가지 않았다. 오늘의 날씨는 어땠을까. 하늘은 어제보다 높았는지, 온도는 어땠는지, 색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나가지 않았음을 책망하고 싶지는 않다. 유일하게 열다섯 걸음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날인 만큼 아주 잘 에너지를 아끼고 쉬었음에 기꺼이 칭찬한다.
밖을 보지도 않았는데 어둠이 오는 것을 알아 챌 수 있었다. 창가의 사이로 어슴푸레 들어오는 낮의 빛이 푸른 빛으로 바뀌는 시간의 과정 속에서 기어코 하루가 다 지나버렸음을. 커져가는 숫자를 막연히 보고 있는 것이 좋았다. 60초의 간격으로 올라가는 분의 숫자, 600초의 간격으로 올라가는 십의자리 분의 숫자들 이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무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수 많은 초와 분의 숫자들이 바뀌어 이루어낸 19라는 시간의 숫자가 채워진 이후 부터는 어딘지 모를 불편함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코 아름답지 못한 시간이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되려 빨리 갈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쉬워 뭐라도 얹어보려 드라마를 켰다. 아, 역시나 그러지 말 걸 싶었다. 시간의 흐름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빛 마냥 한없이 빠르고 빨라 12시가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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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와 블로그들을 보면 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낸다. 물론 나도 그중에 하나긴 하지만. 술술 읽히는 글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글 속에는 내가 읽고 동경하던 글들의 흐름이 느껴진다. 정작 내 글에는 없는 그런 리듬과 흐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그 필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필류들. 그 탐나던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리고 스스로의 글과 한 없이 비교하기 시작했고 다시금 글을 쓰려는 마음과 읽기만 하려는 마음이 줄다리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