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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Oct 15. 2021

2021.10.15 금요일

기록 10일 차


 2021.10.15 금요일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어쩌다 이삼년에 한번 정도 얼굴을 보게 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단톡방이 있다. 서로 멀리 살고 있기도 하고 시국도 시국인지라 9명 모두가 모인 기억은 벌써 오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겨우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서로 헤어진지 십년을 훌쩍 넘어섰건만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의 안부는 새삼스레 묻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있다.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간다’


  늘 들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특히나 상경하여 살아가던 20대의 나에게는 더욱이 와닿지가 않았다. 평생 친구라기엔 거리가 있기에,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되려 평생 친구가 되기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삶도 흘러간다.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나의 대화는 사라져만 갔다.


  얼마 전의 일이다. 무심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던 중에 전화 하나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콩’. 고등학교 단톡방에서 가장 활발한 친구였다. 오랜만의 전화에 내심 반가웠지만 단톡방에서 그저 눈팅만 하는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을 보니 무엇인가 목적이 있으리라. 결국 어색할 것 같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로 말해주라’


  있지도 않은 수업 핑계를 대며 문자로 용건을 말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끝끝내 통화로 해야 한다는 녀석의 이야기에 결국 용기를 내어 폰을 집어 들었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나만 어색할 것이라 걱정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떨리는 목소리 때문에 더더욱 빨라진 친구의 음성. 친구와 마지막 통화 내용이 몇년을 거슬러 올라 스쳐간다. 아무리 멀리 살아도 서로 안부는 알고 살자며 열을 올리며 말하던 아이. 이번엔 서로를 챙겨주는 계를 하자며 열을 올려 말한다. 마지막 통화에서 친구의 부탁을 잘 들어주지 않아 그런지 한달에 만원정도의 계는 하자 라는 생각으로 죄책감에 떠밀린 승낙을 했다. 속 사정도 모르는채 친구는 기뻐했다.


  그 후로 모든 것은 일사 천리로 진행되었다 모임 통장부터 그 비용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목적까지. 서로의 경조사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며 거리는 멀어진 우리의 사이를 이렇게라도 끈끈하게 다시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11월 모임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다들 서로가 너무 궁금하다며 한 순간에 시끄러워진 카톡방을 보며 이렇게 평생 친구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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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에 출근을 하자마자 빵집으로 몸을 날렸다. 소시지빵 하나 토스트 하나. 늘 즐겨먹는 빵을 골라들고 싱글벙글 계산대 앞에 섰다. 오늘따라 유난히 튀어나온 주인 할아버지의 배에 시선이 간다. 로고가 박힌 크나큰 앞치마에 웃으며 정성스레 포장을 하는 그의 손 사이로 탱탱한 배가 자리하고 있다. 배는 인덕이라던데. 왠지 모를 따스함까지 느껴진다. 설마 내가 무의식 중에 빵집아저씨의 푸근한 배를 보며 안정감을 느끼러 매주 달려가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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