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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Aug 19. 2022

FAIRY TALE, ARCHITECTURE

13호_건축과 동화_특별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W

게재 : Vol.13 건축과 동화, 2020년 겨울

 

 

FAIRY TALES 2020

‘FAIRY TALES 2020’은 온라인 플랫폼, 블랭크 스페이스 (BLANK SPACE)가 개최한 건축 동화 공모전으로 2013년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다. 블랭크 스페이스는 ‘대중이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고, 디자인 참여를 독려’ 하자는 목표 아래 FAIRY TALES 외에도 여러 건축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FAIRY TALES ’ 공모전이 다른 건축 공모전과 다른 점은 짧은 이야기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본인의 건축 디자인이 담긴 이미지 5장과 그것을 아우르는 글, 동화를 함께 써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주제로 건축물을 구상하고 글을 써 내려가야 할까? 


블랭크 스페이스가 밝힌 ‘FAIRY TALES’ 공모전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는 인권침해, 인종과 성별, 전쟁과 폭력, 추방과 이민, 지구온난화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분의 참여를 바랍니다. 건축을 활용해서 미래에 있을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주세요. 앞으로의 미래를 그린 소설 안에서 건축가의 역할을 결정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해보자면, 블랭크 스페이스는 현재 대두되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인 시야 아래 건축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회 목적만 봐서는 동화와 건축이 함께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번 2020년도 우수작을 통해 건축과 동화가 함께하는 모습들을 살펴보자.


“The Year without a winter”

By Tamas Fischer & Carlotta cominvetti of VIRGINLEMON  

주인공의 여름휴가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해 가을, 겨울을 거쳐 다음 해 봄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언뜻 보면 평범한 1년을 담은 것 같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평균 기온이 10 ºC나 상승한 해이다. 지나치게 높아진 기온에 의해 사람들은 일의 능률이 저하되어 모든 노동을 멈춘다. 다음 해 봄이 될 때까지 본래의 기온이 돌아오지 않아 그 해는 겨울이 없어진 1년이 된다.


그들의 삽화를 보면 동화가 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위의 사진을 보면 주인공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모습 떠오른다. 도로 양옆에 있는 거대한 형태의 구조물들은 언뜻 보면 온갖 형태의 폐품이 쌓아 올려진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쌓여 있는 폐품들이 전부 비슷한 형태이다. 작품의 배경을 생각하면, 에어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어컨을 쌓아서 속이 빈 거대한 기둥을 만들고, 중심부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컨테이너와 이동할 수 있는 다리를 만든 것이다. 이것은 평균 기온이 상승한 미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담은 건축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가 화제인 지금, 계속해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며,여러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더운 환경에서의 집이라 하면 큰 창, 지면과 떨어진 집 등의 구조적인 개선을 떠올렸다. 집 안에 하나씩 두는 에어컨이 밖으로 꺼내져서 집이 된다는 것이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에어컨을 대량으로 설치해 해결한다는 것에서 굉장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거대한 구조물 외에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풍경은 이러한 사고관을 더욱 강조한다.



“Symbiosis”
By Aleksadr Cebotariov & Laura Kursvietyte  

이것은 냄새가 없어진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나친 환경오염으로 발생한 스모그로 후각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 그런 삭막한 세상에 새로운 곰팡이가 나타난다. 이 곰팡이는 생태계의 순환을 촉진하며 ‘자연’을 만들어낸다. 깨끗한 상태의 집을 유지해오던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 점차 곰팡이를 집 안으로 들이게 된다.


이 이야기의 작가들은 곰팡이와 함께하고 있는 건축물을 설계했다. 벽 위에 곰팡이가 덮여있기도 하고, 사람이 곰팡이 위에 앉아있기도 하고, 곰팡이 자체가 집이 되기도 한다. 인위적인 환경으로 가득 찬 곳에 곰팡이가 자연의 틈을 만들어 들어서는 것이다.


자연이 파괴되어 본인들의 감각이 사라지고 나서야 자연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현재가 떠오른다. 더불어 다 지나고 나서야 자연을 그리워할 우리들의 머지않은 미래도 함께 그려졌다. 작품 곳곳에서 우리들이 자연과 공생해야 한다는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은 미래의 친환경 건축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팡이가 점차 집에 들어와 집이 된 것은 곰팡이가 새로운 건축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곰팡이만이 건축 재료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 중의 일부가 새로운 건축 재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LLoronas of Juarez”

By Albert Orozco & Edward Rivero  

두 나라 사이에 있는 강이 국가 경계선이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 이야기는 이모가 조카에게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경계선이 된 강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경계선이 생기며 멀리 떨어진 가족들, 이민자들의 이야기와 같이 분리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제시된다. 더 나아가 강이 분절되며 물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못해 생겨나는 환경 문제들이 나타난다. 강이 자연적인 요소가 아니라 인위적인 경계선이 되며 발생할 여러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


이 사진들을 보면 곳곳에서 강의 흔적이 보인다. 어떻게 강이 분리되고, 사람과 환경 간에 분절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그려진다. 단순히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강의 본연의 의미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이기도 한다. 세 번째 작품에서는 사람이 개입함으로써 훼손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에 있는 건축물을 생각하면 다리, 댐과 같은 기반 시설을 떠올린다. 이 작품과 같이 벽과 기둥 형태의 구조물이 강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동시에 이 정도로 모든 환경이 제어된다면 그것이 강이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FAIRY TALES 2020’ 의 수상작들을 살펴봤다. 본 기사에 있는 줄거리들은 간략하게 요약한 것으로, 블랭크 스페이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수상작들의 전문을 볼 수 있다.


동화와 건축물이 함께하며 생기는 효과는 ‘보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최되고 있는 여러 건축 공모전에서도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청년 문제, 노인 문제 등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나 이 대회와 차이점이 있다면 ‘지어질 만한 건축물’을 설계한다는 것이다. FAIRY TALES 공모전에서 그려지는 건축물들은 현시점에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화 속의 한 페이지에 자리하기에 실현 가능성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공모전에 등장하는 여러 동화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서 시작해, 이 문제들이 심각해진 미래의 모습을 그려간다. 그리고 이야기들과 함께하는 건축 이미지는 동화의 삽화가 되어 이야기가 담아내는 주제들을 강조한다. 특히나 건축물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그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동화라기에는 다소 각박한 사회상을 담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The year without a winter’에서는 해가 지나며 평균 기온이 다시 돌아오고, ‘Symbiosis’에서는 곰팡이의 등장으로 자연을 되찾은 모습을, ‘LLoronas of Juarez’에서는 경계선이 되기 이전의 강으로 돌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수상작의 작가들 모두가 현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동시에 해결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던지고 있다.

 FAIRY TALES 2020에서 이루어진 ‘건축과 동화의 만남’은 건축가들이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전달하고 있다.



도판 목록

사진 1-6 출처    아키데일리, https://www.archdaily.com


참고문헌

BLANK SPACE 홈페이지 [웹사이트], (2021년 1월 18일), URL : https://blankspace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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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잡담러 W | P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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