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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Dec 31. 2022

무비나이뜨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14호_건축과 설레임_특별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W

게재 : Vol.14 건축과 설레임, 2021년 봄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2014)

감독&각본 : 웨스 앤더슨

주연 : 랄프 파인즈, 틸타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윌렘 대포


2021년 5월 7일 저녁, 온라인 공간에서 이야기의 장이 펼쳐졌다. 이번 무비나이뜨에서는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을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1927년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의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우리에게는 줄거리보다 화려한 색감이 담긴 포스터와 스틸컷으로 유명하다.




“영화를 보고”


동글 : 영화에 등장하는 호텔은 저희가 알고 있는 호텔하고는 다른 부분들이 있잖아요. 형태적으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지금까지도 아날로그를 유지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의 경우 케이블이 다 드러나 있고, 열쇠로 열고 들어가서 불도 직접 켜야 해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전체적으로 서구의 호텔 문화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됐네요.


네모 : 제목부터 호텔이어서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작 호텔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소 괴리감이 있었고, 왜 이렇게 연출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세모 : 호텔이 건축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작품을 엮는 가장 큰 장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호텔 동작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각자의 호텔”


동글 : 저희가 호텔에 갈 일이 별로 없잖아요. 여행을 가면 묵는 정도? 특히 저는 여행으로 캠핑을 자주 다녀서 호텔과 많은 접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인지 호텔 하면 조식이 먼저 떠오르네요.


세모 : 제가 방문했던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이었어요. 방문자 중에 금융권 종사자분들이 많고, 컨퍼런스룸이 항상 같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호텔은 놀러 가는 공간보다는 비즈니스적인 느낌이 더 강해요.


점점 : 그 얘기를 들으니까 대학교에 속해 있는 호텔에 간 게 생각이 났어요. 거기는 숙소가 있고, 바로 아래층에 컨퍼런스룸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호텔이 되게 다양한 것 같네요.


동글 : 우리나라는 호텔의 범위가 되게 넓은 것 같아요. 고급화되어서 놀러 가는 느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호텔이라 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제 경우 어렸을 적 호텔에 대한 기억은 컴퓨터가 많은 곳이었어요. 당시에는 컴퓨터가 두 대 이상 있는 곳이 별로 없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네모 : 모텔과 호텔의 차이가 다소 모호하죠. 모텔에서 아침밥을 주면 호텔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영화 속 호텔”


동글 : 영화 속 호텔과 저희의 호텔은 다소 다른 것 같아요.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영화의 호텔은 하나의 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네모 : 영화 초반에 컨시어지를 가리키며 ‘일류도 아니고 삼류인데 자리를 지키고 있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에서 호텔을 형식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서양인들의 인식이 느껴졌어요.


동글 : 컨시어지가 중세시대 성의 촛불 관리인(comte des cierges)에서 유래했다더라고요. 그런 문화적 배경이 요구하는 귀족적 격식이겠죠?


점점 : 저는 개별 호텔뿐 아니라 타 호텔들과의 관계도 하나의 ‘공동체’ 같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 컨시어지들이 빠르게 전화를 주고받으면서 연결망이 이어지는 게 되게 신기했어요. 호텔이라는 점만으로 저렇게까지 묶인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동글 : 확실히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호텔과는 달라요. 이 곳의 호텔을 비유하자면 성 같아요. 급하게 봉화를 돌리는 느낌이죠.



점점 : 전쟁이 본격화된 후에는 호텔을 군사기지처럼 사용하잖아요. 저는 이 장면을 보고 《미스터 션샤인》에서 글로리 호텔에 일본 군인들이 들어오던 장면이 겹쳐 보였어요. 호텔이란 공간이 굉장히 사적이면서도 공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동글 : 아마 세계대전이 배경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인물들이 이야기할 때도 현시점에 저런 호텔들은 웬만하면 국유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세모 : 오히려 그렇기에 호텔 안에서의 만남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아무런 관련이 없던 작가와 노인이 만나게 된 것 또한, 공적인 동시에 사적이기도 한 호텔이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호텔의 구현”


점점 :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 자체보다는 스틸컷과 포스터로 더 유명하죠. 저는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도 좋았지만, 연출 방법이 좋은 장면들이 많았어요.


동글 : 확실히 색감 같은 것이 좋더라고요. 공간을 만드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보였어요. 최근 <동물의 숲>을 하면서 고급화된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거나 적절하게 그림을 거는 게 중요한 고급화 전략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이 걸린 공간들을 더 유심히 봤어요.


네모 : 저는 액자를 떼서 도망가는 장면의 연출이 좋았어요. 카메라는 고정된 상태로 있는데 사람들만 이동하다가, 화면 밖으로 나가면 장면이 전환하기를 반복하는 식이었거든요. 게임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세모 : 저는 챕터 넘어가는 부분들이 좋았어요.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책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게 호텔 방이 엄청 넓은 것 같더라고요.


동글 : 처음 제로의 시점에서 보여줄 때 공간을 한 컷에서만 보여주는데도 넓어 보였어요. 전체적인 공간감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창문을 통해서 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넓기보다는 사람들이 상상해서 넓다고 여기게 만드는? 동화책 읽는 것과 비슷하네요.



동화 같은 포스터와는 사뭇 다른 줄거리를 보며 당황하기도 했지만, 좋은 공간 디자인과 연출 덕분에 전체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본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호텔이란 어떤 것인지, 영화 속의 호텔은 어떤 점이 다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공간, 그리고 그와 관련한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각자 갖고 있던 ‘호텔’에 대한 생각에 가치를 더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 및 진행 도움

프로잡담러 I, 

프로잡담러 Q

프로잡담러 S

사진 출처 |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WRITTEN BY

프로잡담러  W | P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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