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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Mar 25. 2023

교도소의 재해석

14호_건축과 설레임_프로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B

게재 : Vol.14 건축과 설레임, 2021년 봄

 

설계 이모저모 : 교도소의 재해석



우리는 살면서 많은 유형과 프로그램의 건축물을 만난다. 태어나는 순간과 어쩌면 죽는 순간을 함께 하는 병원 건축, 20년의 사회화 과정을 겪는 학교 건축, 사회화 이후 3, 40년의 사회생활을 함께하는 업무시설 등 우리는 많은 건축물 과 함께 생애를 보낸다. 하지만 여기 모든 사람이 일생동안 단 한번이라도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축이 하나 있다. 교도소. 이번 설계 이모저모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교도소 건축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조OO양의 졸업작품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하 편의상 조양이라 칭한다.)  




기존의 교도소는 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는 위치에 수평적으로 펼쳐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서문에서 말했듯이 교도소는 누구나 살면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다. 더불어 사회와 격리되어야 할 범죄자들이 내가 활동하는 바운더리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기 마련이다. 때문에 교도소는 사회기피시설로 분류되어 최대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피하는 공간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교도소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임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 범죄자들을 재사회화하여 이 사회에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교화하는 교도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위해 교도소는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우선 현재의 교정시설의 상황은 상당히 열악한 축에 속한다.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최대 수용인원은 약 3만명이지만 현재 시설이 수용하고 있는 인원은 5만명에 육박해, 교도소가 시설 수용인원을 초과하여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은지는 오래되었다. 이러한 과포화된 수용인원을 관리하는 교정 관리 인력은 부족하기만 하다. 과밀한 환경과 관리 인력의 부족은 범죄자의 재사회화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도소의 새로운 형태로 조양은 판옵티콘에 기반한 수직적 교정시설을 제안한다. 



먼저 조양은 이 새로운 교정시설의 입지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지방법원 인근의 부지를 제안한다. 혐오시설로 여겨지는 교정시설을 오히려 주거시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마포구의 도심에 배치해 수감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의 빠른 적응을 도모하여 재사회화 기관으로서 교정시설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수용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공간은 교정 관리인의 시설과 가까이, 행정처리시설의 상층에 배치했다. 본격적인 수용시설은 식당과 행정처리 공간을 지나 시작된다. 수용시설은 형량에 따라 관리 등급을 나누고 형량이 높은 중범죄자일수록 상층, 사회와 가장 먼 곳에 배치했다. 형량에 따라 수직적으로 형성되는 수용시설 매스는 교도관의 동선과 다양한 시선 관계를 가진다.


 수용시설의 평면에는 클러스터의 형식을 도입해 사용인원과 수감자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닛으로 구성했다. 이러한 수용 유닛들은 교화시설과 직업 교육공간 등 수감자의 재사회화를 돕는 공간과 연결된다.


각 공간별 성격의 분리는 입면의 재료구성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5가지로 나뉘는 입면의 재료는 공간의 성격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교화의 단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더불어 이러한 다양한 입면의 구성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프로그램의 분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교정시설이라는 거부감과 위화감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보면 모범수로 장기 복역한 수감자가 퇴소를 앞두고 미래를 그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세상과 20년을 넘게 단절되어 살던 수감자는 바깥 세상의 변화에 무지한 모습을 보이고 다른 수감자들은 그의 퇴소 이후 사회적응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조 양의 교도소 설계안을 보고 드라마 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 범법자들이 사회 접촉과 분리되어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수감생활을 마친 수감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갔을 때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정 시설로 돌아오게 된다. 수감자들이 다시 교정시설의 교화 프로그램을 수강하지 않게 만드는 게 교정시설의 최종 목표인데 그런 점에서 조 양의 교도소는 교정 시설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한된 시선 안에서라도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세상 밖의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삶을 계속해서 꿈꾸게 하는 교화야 말로 현 시대에 필요한 교화가 아닐까. 



도판목록

1-3)조혜지 제공

4)

5-12)조혜지 제공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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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잡담러 B | N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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