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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May 15. 2023

여름의 발소리는 바로 코앞까지

15호_건축과 방학

작성 : 프로잡담러 Q

게재 : Vol.15 건축과 방학, 2021년 여름

 

설계 마감하느라 밤새고, 에세이 작성한다고 또 밤새고, 조금 쉴까 했더니 소모임과 동아리 활동이 있어 또 밤새고, 피로에 절어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냈더니 첫 학기가 어느새 끝이 났다. 매일 밤샘 작업한 여파일까, 종강한 다음 날은 16시간을 자다가 그다음 날은 또 12시간, 10시간…12시간…매일 그렇게 자다 보니까 개학까지 잠만 자다가 보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모처럼 방학 계획을 짜볼까 생각했더니, 방학이 고등학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무려 70일이나 되는 긴-기간인지라, 대체 이 시간을 뭘 하고 보내야 하느냐는 고민만 더 가득해졌다.


“아-, 방학에 뭐하죠? 선배님은 방학에 뭐 하실 거에요?” 그렇게 시작된 선배님들과의 깜짝 인터뷰.


Q: 오. 안녕하세요! 오늘은 건축학과 선배님들과 함께 건축학과 새내기는 어떤 방학을 보내야 하는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선배님들의 방학 계획을 들어보기 전에 먼저, 종강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4학년 선배님: 학기 초에는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Blender 배우기, 그래스호퍼 c#코딩, 설계 열심히 하기 같은 계획 말입니다. 하지만 종강하고 난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네요, 하하 그래도 저는 매 순간 저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일을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이때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이때는 조금 피곤해도 덜 자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은 거요. 그래도 아쉬움은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회는 조금도 없습니다. 종강 소감은… 종강이 전혀 종강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학기 중에 했던 외부 프로젝트의 결과보고서 작성도 하고 UAUS 준비도 하고 여러모로 학기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5학년 선배님: 이번 학기가 졸전이었던 만큼 제일 치열하게 살아온 한 학기였던 것 같습니다. 학기 초에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 끝나있더라고요. 5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결과물에 대해 100%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이번 졸전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나름의 보람도 느꼈고, 만약 제가 설계한 건물이 실제로 지어진다면 제 지인들을 자신 있게 초대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있어서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3학년 선배님: 우선 나에게 “수고했다!”하고 말하겠습니다. 아주 훌륭한 학점을 받았다고는 말 못했지만, 늘 그렇듯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끝나고 보니까 “어? 이건 안 해도 되는 건데?”, “이건 또 왜 이렇게 했었지?”, “이런 쉬운 방법도 있었네?” 처럼 좀 더 효율적이고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몰라 불필요한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은 드네요.


2학년 선배님: 이번 학기를 시작할 때는 젊을 때 최대한 바쁘고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초과학점도 듣고, 동아리, 소모임, 학생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해보았습니다. 하는 일이 많았던 만큼 스트레스도 많았고 학업에만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일들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Q: 계획을 잘 이루었든 부족한 것이 있었든, 정말 수고들 하셨습니다! 이제 앞으로 2달 반이라는 긴 방학 기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실 지 자신만의 방학 계획이 있으신가요?


2학년 선배님: 2학년 1학기 설계가 주택 설계였는데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설계인 만큼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때에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건축을 공부할 계획입니다.  일단 《El Croquis》나 《SPACE》 같은 잡지들을 보면서 요즈음에는 어떤 건축이 유행하는지 알아보고, 건축물들을 답사하면서 견문을 넓히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방학 때 고궁을 위주로 사진도 찍고 그 자리에서 스케치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동기들과 해외 공모전을 나가보면서, 입상까진 아니더라도 좀 본격적으로 설계를 해보는 경험을 쌓아보려고 합니다.


3학년 선배님: 친구들과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지금은 공모전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이게 학기 중인지 방학 중인지 헷갈리네요..ㅎ 아무튼 잘 마무리하고 공모전이 끝나면 영어 공부를 할 계획이에요. 이제 3학년인데, 저도 슬슬 토익이 필요할 시기가 다가오는 게 느껴져서요. 그 밖에는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자잘한 데서 돈 쓸 일이 많은데,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수업과 과제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으니까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좀 늘려서 방학 때 바짝 돈을 벌어 둘 계획이에요.


4학년 선배님: 방학은 정말로 소중한 시간이면서 너무나 무서운 시간입니다.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저에게 주어지고 핑계를 댈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무언가를 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 정기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건설사무소에서 일도 하고, 국외 공모전에 참가하고 있으며 해외 인턴 준비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체질상...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이것도 병이에요 허허


5학년 선배님: 그동안 항상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실습을 나가곤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방학 때 제대로 쉰 적이 없어서 졸업하기 전에 푹 쉬며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요샌 떨어진 체력도 보충할 겸 하고 싶었던 운동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졸전에 제출한 작품을 공모전에 내보기도 하고 싶어서 그 준비도 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저도 그렇고 대학 생활이 낯선 새내기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시간을 낭비할 것 같은데요. 고학년이 되어서 돌아봤을 때 방학 기간에 미리미리 해 두었으면 좋았을 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방학을 맞이하는 후배들에게 “이건 꼭 해봐라”하는 게 있다면 추천을 듣고 싶습니다!


5학년 선배님: 새내기라면 제일 추천하는 건 툴을 다루는 법을 방학 때 배워놨으면 하는 게 가장 큽니다. 자신의 설계를 다양한 표현 방법들로 표현해 보여주면 더 극대화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 1학년 때 건축전산응용제도라는 자격증을 공부해 취득했는데 그 뒤에 도면들을 볼 때 훨씬 이해도 빠르고 캐드로 도면을 치는 속도도 훨씬 빨라져서 정말 큰 도움이 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격증을 공부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4학년 선배님: 저는 꼭! 여행을 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이미 가 본 공간과 건물도 건축을 공부한 후 가게 되면 다르게 느껴질 거에요! 굳이 해외의 유명 건축가 작품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해외 유명건축가들은 이미 한국에도 작품이 있을 거예요! 특히 서울, 제주도에는 우리가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꼭! 건축물들을 직접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3학년 선배님: 주위에서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겠지만, (저도 그 말을 듣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1학년 때는 좀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툴을 배우고, 책을 읽고, 알바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도 멋지고 괜찮은 방학 계획이지만, 건축학과는 5년, 남학생들은 군대까지 다녀와서 7년을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뭘 이것저것 많이 하려 하다가 나중에 체력도, 정신도 지치게 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매일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만 보면서 빈둥거리기만 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건축 답사를 핑계로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제대로 놀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시기에 돌아다니기 부담스럽다면 방에서 할 수 있는 악기를 배운다던가, 그림을 배운다든가 하는 건전한 취미 생활도 하면서 그렇게 보내면 좋을 것 같네요.


2학년 선배님: 저는 인제야 건축물 답사를 다니려고 하는데, 후배님들께서는 미리미리 하시면 더 좋겠어요! 보고 들은 것이 많으면 그만큼 자기 것으로 만들 재료가 많은 거니까 자기 안에 재료들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돌아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포토샵이다 렌더링이다 해서 디지털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주 출중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부럽고 대단하긴 하지만, 그런 능력을 키우는 데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고, 자신이 어떤 건축을 좋아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고, 그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물론 이런 것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고민하기보다는 발로 뛰면서 다양한 공간들을 경험해보면서 생각할 수 있겠죠? 너무 심오해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내가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는 계속해서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그냥 많이 보고 읽고 경험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 그리고 영어 회화 열심히 공부하세요!


Q: 멋진 선배님들의 인터뷰 감사합니다! 길고 긴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방황하고 있었는데, 선배님들의 계획을 듣고 나니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윤곽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각자 원하는 방학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자신만의 방학 계획을 잘 세워서 이번 방학에는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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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잡담러 Q | 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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