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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담 Apr 13. 2022

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7호_건축과 로맨스_책잡담

작성 : 프로잡담러 Z

게재 : Vol.7 건축과 로맨스, 2019년 봄



사라진 건축 - 여성들의 건축에 대하여




2018년의 어느 학기에 마감을 마치고 설계반 회식이 있었을 때, 외부 크리틱으로부터 결혼을 건축가와 해야 계속 건축을 할 수 있다고, 다른 업계의 사람과 하면 설계를 계속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평생 결혼 안 하고 건축만 할 건데요?”라고 답하자 크리틱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건축학을 공부하지만, 아는 여성 건축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자하 하디드, SANNA의 세지마 가즈요. 그리고 다음 사람을 꼽기 위해서는 한참을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은 ‘생물학적 차이’에 기원하여 여성들이 건축가를 꿈꾸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에서는 반론을 제기한다. 대학 진학과 취업, 그리고 취업 후 활동에서 ‘여성은 건축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혹은 주거나 인테리어에만 적합하다는 오랜 고정 관념과 현장에 나갈 수 없으니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업계의 관례, 그리고 남성 스타 건축가를 양성하는 각종 상까지. 건축계에서는 고전적으로 남성 중심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의료계와 법조계에 비교하여도 많은 부분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벤투리는 30여년간 데니즈 스콧 브라운과 공동 작업을 해왔지만(둘은 부부이다) 1991년 프리츠커상은 로버트 벤투리에게만 수여되었다. 2012년 프리츠커상은 또다시 왕수에게만 수여되었다. 왕수는 루원위와 15년간 공동 작업을 했으며, 수상 발표문에 언급된 14개의 프로젝트 중 13개는 둘의 공동 작업이었다. (둘 역시 부부이다) 수많은 여성 건축가들이 수상에서 배제되고, 역사에서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존재를 의심해 말하기 어려웠던 건축계 내 차별을 정확한 통계 자료와 역사에 근거하여 명료하게 정리했다. 대체 왜 여성 선배를 찾아보기가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특히 임원에서는 더더욱) 의문이 생기는 건축학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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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잡담러 Z | P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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