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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세라믹 Oct 12. 2024

들리시나요

내가 취했을까?


핸드폰을 들고 길가에 앉았다. 아버님의 핸드폰 단축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핸드폰의 연결음이 길게 이어진 후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기계음을 확인하고 당신의 목소리를 남겨줄 것을 친절하게 안내받았다.


내가 취했구나


차라리 연결음의 끝에 불편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이 번호는 사용자가 변경되어 전화를 받을 수 없으며

당신이 알고 있는 번호의 전 사용자를 찾는 불편한 요구에 나는 한가하지 않다고. 

날카로운 파열음을 들었다면 내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아버님

뵙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별고 없으신가요?

그곳에서는 편안하시지요?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아직도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는데.....


나는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 지나는 길가에 앉아 핸드폰을 손에 들고 나는 소리 내 울고 있었다. 술이 취한 모습으로  

길가에 앉아 소리 내 울고 있는 나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고, 길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아버님의 핸드폰은 나에게 단호하지만 사무적인 목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당신의 용무를 남겨주고 할 말을 다했으면 이만 정리하겠노라고.

 

당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정중한 표현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며

왜 인간은 이런 행동을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당신은 나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었음에도 

당신은 직무를 유기한 것처럼 충분했던 시간을 외면했으면서 이제 와서 이렇게 추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이제는 당신이 원하는 통화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니 어리석은 행동을 간과하지 말라고

이제와 내게 어쩌라는 말이냐고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인간은 상종하기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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