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을 짓기 시작한 주교와 그를 이어 대성당을 복원한 건축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은 1160년 경 대대적 공사를 시작한 파리의 주교 모리스 드 슐리 (Maurice de Sully, 1105-1120 사이에 태어나고, 1196 사망)이다. 생드니 바실리카가 쉬제르(Suger, 1081-1151) 수도원장의 강한 신념과 집념으로 지어진 성당이라면,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슐리 주교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완공되기까지는 2세기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슐리 주교가 있던 시기에는 제단이 있는 동쪽 부분은 거의 완성되어 축성을 받고, 신자석이 있는 중앙홀 네프(nef) 부분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슐리 주교가 대성당의 건축을 시작하기 이전에 시테섬 안에는 에티엔 성인을 기리는 바실리카와 작은 규모의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세례당 건물이 있었고, 바실리카와 성당은 통합되고, 세례당 건물은 18세기까지 존속한다. 에티엔 성인의 발자취는 성당의 남쪽 문에 새겨지는데, 에티엔 성인의 문으로 명명된 남쪽 문에는 그의 조각이 중앙에 자리 잡고, 문 위의 삼각면 조각에는 유대인 선지자로 첫 순교자인 에티엔 성인의 삶이 그려져 있다.
노트르담은 파리에만 있지 않고, 많은 도시의 주교좌성당들이 대부분 노트르담 성당으로 불린다. 노트르담은 노트르( Notre, 우리의, 영어로 our)와 담(Dame, 여성을 높여 부르는 호칭, 부인 정도?)으로, 가톨릭에서는 우리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사실 부인을 뜻하는 담은 나의(ma, 영어의 my)와 합하여, 마담(Ma Dame)이 되는데, 부인을 존칭 하여 부르는 말이, 하나의 단어로 왕의 딸, 공주를 존칭 하여 부르는 단어로도 쓰였다. 그런 단어가 우리나라에 상륙해서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을 부르는 말로 쓰이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노트르담이 많은 도시의 주교좌성당인 까닭은 성인 중에서 성모님을 예수님을 낳고, 예수님을 강하게 믿고 따르는 믿음의 삶을 살았던 분으로, 공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도를 할 때에도 성모님을 향해 기도를 드리는 까닭은, 어머니이신 성모께서 내 기도를 주님과 그리스도께 전하면 기도가 더 잘 이뤄지리란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사드에는 세 개의 문이 있는데, 중앙에 가장 큰 문은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이후부터 지어지는 성당들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따라서 중앙의 문에 최후의 심판을 조각해 넣는다. 어쩌면 성당이 신자들에게 가장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한방이 바로, '살아있는 동안 신앙생활을 잘하느냐 아니냐가 어떻게 갈리는지 보라' 아닐까 싶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조각을 통해, 천당의 문과 지옥의 문 어떤 문에 들어갈지 잘 생각해보며 살아라, 하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혁명 때, 왕과 귀족들의 재산, 성당과 종교지도자들의 재산은 모두 몰수되어 국가에 귀속된다. 그중 성당에서 제일 먼저 파괴된 것은 성당의 종들이었다. 시민군들이 대포를 만들기 위해 성당에서 종을 떼어 녹였다. 같은 시기에 노트르담 성당에 담겨있는 왕과 중세의 영주들 흔적을 지우기 위해, 파괴를 위해 세밀하게 계획한 문건도 작성했다. 그리고, 단두대에서 왕과 귀족들의 목을 치듯, 성당의 파사드에 있는 28명의 구약의 왕들이 줄지어 있는 '왕의 갤러리'에 있는 왕 조각의 머리를 잘라 처형했다. 구약의 왕을 타이틀로 했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의 왕들을 모델로 한 조각이었기 때문이다. 1977년에 파리의 한 저택 자리에서 그때 잘린 왕들의 머리 조각이 대거 발견된다. 아마도 왕정주의자가 자신의 집 마당에 고이 묻어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슐리 주교가 성당을 짓던 시기에 조각된 왕들의 머리는 현재 중세 박물관에 고이 모셔있다.
노트르담 성당이 혁명 때 파괴가 된 이후, 중세시대의 유적에 대한 아름다움과 중요성에 눈뜨게 한 사람은 바로 빅톨 위고다. 그래서 이후에 노트르담 성당의 복원이 결정되고, 으젠 비올레 르 뒥(Eugène Viollet-le-Duc)이 전체 복원공사를 책임지는 건축가가 된다. 그는 계속되는 루이 필립의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오고,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로 다시 제정이 시작되는 등의 극렬한 정치적 부침에도 결국 성당의 복원을 완성해 낸다.
재미있는 것은 왕의 갤러리를 복원하며, 자신의 모습의 유대의 왕의 모습 중 하나로 넣기도 하고, 2019년 5월 불탄 첨탑에도 그리스도의 12 사도 동상을 넣는데, 그중 건축가의 수호성인인 도마(불어로는 토마)의 모습으로 자신의 형상을 새겨 넣는다. 그리고 사실, 디즈니 만화에서 나오는 괴물들, 키메르(chimèr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자의 머리, 양의 몸, 용의 꼬리를 가진 괴물)도 비올레 르 뒥의 상상에서 나온 창작물이다.
참고로, 슐리 주교가 노트르담에 초석을 놓을 때부터, 세대를 거쳐 노트르담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시민혁명 때와 비올레 르 뒥의 재건까지, 그리고 작년에 노트르담이 불타는 전 과정이 하나의 영상에 담긴 작품이 있다. 중세의 성당 건축 건설과정과 노트르담의 건축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불어로 된 다큐멘터리로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 2에서 방영.
https://www.youtube.com/watch?v=CXHi_wcwqww&t=349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