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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Dec 31. 2020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

장르를 가리지 않은 현실주의 돈키호테

건물을 짓는 행위는 인류의 탄생부터 시작되었다. 오래된 본능일수록 그에 관한 학문은 깊이가 있어 설명하기가 어렵다. 건축과 같이 방대한 역사를 가진 학문이라면, 그것이 문명과 지역에 따라 나뉘고 다시 사람에 의해 나뉜 것이라면 오히려 지금까지도 건축에 관한 연구의 시간은 짧다고 할 수 있다.


너무 오래된 분야라 그럴까? 그래서 너무 고상하다. 건축의 이미지는 마치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을 코에 걸쳐 쓴 꼬장꼬장한 동네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할아버지에게 과감하게 청바지를 입힌 건축가가 있으니 그는 덴마크의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다.


명확하고 세련된 다이어그램과 생각하고 꿈꾸는 모든 것을 구축해내는 그의 방식은 젊은 건축학도들, 건축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로 인해 은유적이고 소극적이던 설계 방식의 방향도 직관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넷플릭스에서는 이러한 그의 건축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방영하였다. 내용은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를 진행하는 큰 줄기가 있고 사이사이에 그가 설계한 건물들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미 건축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서도 선구자적 마인드와 작업으로 진행해온 그는 이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꿈꾸는 건축에 대한 환상과 꿈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


건축가는 자신들의 철학을 항상 사진과 글로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논문이라 하기엔 가볍고 산문이라 하기엔 무거운 그들의 책은 그냥 적절한 이론서로 분류되었다.


르꼬르뷔제의 건축을 향하여- 형식은 사진과 글이 있는 이론서로 오늘날까지 정형화된 틀이다.


그러나 비야케 잉겔스의 첫 책은 만화책이었다. 18,19살 때까지 꿈이 만화가였던 그는 그림과 글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만화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작업과 건축 철학을 소개하였고, 이 책을 통해 그는 일약 스타 건축가로 급부상하게 된다.


비야케 잉겔스의 첫 책 'Yes is more' 만화책의 형식을 빌어 건축 뒤에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기 전까지 많은 이야기와 인물 간의 협의, 갈등이 있다. 막상 우리 앞에 떡하니 보이는 건물의 첫인상만으로는 건축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글로 쓰자니 너무 장황하고 사진으로 남기자니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지루한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다.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그 가운데 자신이 선택한 것이 무엇이며 그 선택을 구축하기 위해 어떠한 협의가 있었는지 너무 세세하지도 또 너무 장황하지도 않게 적절한 선에서 가볍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었다.


이렇게 하니 지루하고 단순했던 건축이 재밌어진다. 또 그가 그려낸 재밌는 건물의 형태와 공간이 그의 주장과 철학을 더욱더 뒷받침한다. 이미 그의 다이어그램은 만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요소로 쓰이며 최종장엔 늘 그의 건물이 합리적 결과임을 선보이며 마무리가 된다.


시간이 된다면 '8 house'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정말 혁신적인 방법의 건축 프레젠테이션이다.

 

비야케 잉겔스는 젊은 건축가이지만 언제나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것에 관하여 질문을 던진다. 8 house에서 그는 전통적인 집합주거에 거대한 길을 놓고 이웃주민이 모일 수 있는 작은 발코니를 주어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을 실현한다. 거기에 태양빛과 시야를 위한 합리점을 찾아 그대로 건물의 형태에 반영하였다.


덴마크 사람들은 거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거창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저층의 건물을 선호하지만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건물은 늘 기념비적인 건물이었다는 그의 말은 우리 안에 내재된 본능과 욕망이 있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어떠한 건축가든 건물을 지을 땐 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이 놓쳤던 시각으로 여기고 이를 반영하여 더 나은 합리점을 찾아 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비야케 잉겔스는 긍정은 더 많은 가능성을 뜻한다는 그의 철학을 'Yes is More'라고 정의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을 쫓아가며 그들의 욕망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실현시키려는 그의 열정을 불편하게 여기는 의견도 많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이미 꿈을 좇는 그에겐 그러한 의견에 사로잡힐 시간은 없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의 시선은 늘 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엄청난 계산과 현실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을 대중에게 어렵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의 건축물을 통해 그가 추구한 긍정의 요소들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다른 꿈은 꾸어도 일과 관련된 꿈을 꾸지는 않는다는 건축가
"건축이 현실 세계에서 꿈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요. 벽돌만 가지고도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니까요.
그게 우리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이죠.
 사실 우리가 환경에 주는 영향은 어마어마해요. 악몽을 만들 수도 꿈을 이룰 수도 있어요.
물론 후자가 더 재미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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