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산의 변혁, 북서울미술관

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by 김민현





들어가며


지난 4-5개월간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건축학과의 학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바빴고, 학교에서의 건축은 언제부턴가 지루해서, 잠시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방학동안 무척이나 돌아다녔습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 "한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를 연재하게 된 이유 또한 모험담 비스무리한 거였는데, 언제부턴가 건축설명집처럼 작성하려 해서 부담을 가진 듯도 하구요..

앞으로는 가볍게, 올려보겠습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위치: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건축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손명기)





사거리 방향에서 본 미술관


저는 일산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평지에 계획된 신도시인 그곳, "살기 좋은 도시" 라는 말이 항상 따라 붙을 정도로 걷기 편한 도시였었죠.

그럼에도,, 저는 정발산이라는 마을 뒷산에 올라가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항상 내 눈높이에서 보는 건물들로 둘러쌓인 거리에서 벗어나, 지붕들 위로 내가 사는 곳을 새로이 보는 게 재밌었어요.

우리는 가끔 자신이 어떤 곳에 살고 있는지 잊어버리기도 하니까요.


미술관이 위치한 노원구는 북한산에서 이어진 산맥들이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풍경을 갖고 있음에도, 평지 에 반복되는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건물들로 지루한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가는 이곳의 맥락에 적응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바로 동산을 만드는 것이죠.


시민들은 곳곳에서 동산을 올라가며 낯선 풍경을 보게 될 겁니다. 멀리로 보이는 커다란 산맥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흘러나가는 중랑천의 모습, 이런 멋진 곳에 내가 사는구나!


공원에서 바라본 미술관


건물은 사선으로 비틀린 두개의 덩어리와 이를 잇는 가운데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의 지하1층 평면도를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데요, 그리드(기둥배치)가 비틀려 두 개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지하주차장이, 왼쪽에는 여타 필요한 프로그램들이 들어가 있네요.


지하1층 평면도


아래 1층 평면도에서, 사실 저번 학기에 건축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하주차장" 이었습니다.

하소연해보자면, 지하주차장에는 사각형의 주차칸을 만들며 일정한 격자로 기둥이 배치되죠,, 윗층에도 이 격자를 유지하며 설계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최 재밌는 공간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헌데, 이 건물의 도면에 지하주창이 있음에도 재밌는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힌트들이 숨어있었습니다.


먼저, 건물을 두 개의 덩어리로 나눠놓고 한쪽에만 지하주차장을 둡니다. 그 위로는 전시관으로써, 아예 기둥이 없는 대공간으로 처리하여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일 수 있죠.

그렇다면 필요한 여타 프로그램들은 다른 덩어리 부분에 구획해 나갑니다.

비틀려 있는, 낯선 공간들을요.


두 덩어리 사이를 다리로 오가며 이러한 낯섦, 그리고 재미는 더욱 배가 되는 듯 합니다.



1,2층 평면도



지하1층부터 지상2층 까지는 전시관으로 사용됩니다. 미술관의 특별한 점은 전시동선에 있는데요,

자연스럽게 전시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계단들을 배치하여 동선이 끊김 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나, 전시관 내부의 계단은 이러한 경험을 더욱 배가하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미술하면 단지 그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높은 창 아래로 해골을 쌓아올리기도, 여러 조형물들을 난잡하게 배치하여 조심스럽게 걷게하기도, 빛을 강하게 쏘아내려 그 안에 들어가보게도 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전시계획하는 큐레이팅은 따라서 전시공간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 생각되는 한편, 흰 상자같은 공간에 계획하는 일이 얼마나 지루할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다채로운 미술관에 큐레이팅이라니!

관객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건너가고, 채광은 아래에서도, 위에서도 들어옵니다.



(좌) 전시관 내부계단 (우) 지하전시관에서 지상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


도면에 표시된 X는 하부가 뚫려 있다 즉, 바닥이 없다는 뜻입니다. 점선으로 되어있으면 천장이, 없습니다.

얼마나 재밌는 일입니까. 이제 우리는 다른 층에 있어도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좌) 2층에서 내려다본 지하전시관 (우) 로비 전경


두 개의 덩어리 사이, 삼각형의 공간은 그렇게 소통의 장이 됩니다.



3층 평면도


마지막으로 3층 평면도를 보며, 맨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동산으로 된, 신기한 미술관이었죠.


위에서 보이듯이, 사람들이 동산을 올라가는 지점은 주변 곳곳에 마련되어, 길에서 자연스레 올라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올라가며 주변 풍경을 시원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겠죠. 계단들이 엮이고 엮이며 재밌습니다. 그렇게 정상에 오르면, 마침내 마지막 층입니다.


(좌) 동산에서 본 공원의 모습 (우) 정상에서 양쪽으로 도서관과 사무실이 있다


3층에는 도서관과 사무실이 배치되어있습니다.

꼭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은 시민들도 언덕을 올라왔다가 도서관에 들러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겠죠.

아무 목적없이 올라가는 언덕도 있겠지만, 멋진 풍경, 프로그램과 함께 동산은 더욱 오르고 싶어집니다.




오랜만에, 좋은 건물을 만났습니다.



-2025.08.1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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