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실험체, 서울대미술관

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by 김민현





들어가는글


“너는 무슨 건축가 제일 좋아해?”


건축학도로써 가장 난감할 때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인 것 같습니다.

뭔가,, 뭔가 저의 취향을 확정하는 것 같아서, 선뜻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것이 자꾸만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나름대로 색깔 있는 건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정 재료만 사용하거나, 형태언어만 사용하거나,, 이런 류의 건축이요.

그런 제게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그룹이 있다면 렘콜하스의 OMA 입니다.

OMA 는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의 약자로써, 이름 그대로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는 그룹입니다. 이들은 AMO 라는 산하 조사기관을 둘 정도로 분석에 진심으로써, 하나의 설계를 진행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부터 도시의 역사, 주변 컨텍스트 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아낸 후 겨우 설계를 시작하곤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건물은 "어떤 것". 그곳에만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체.


사실 저학년땐 이들의 건물이 "못생겼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몇군데를 가본 후엔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어요.

못생긴 것보단, 도시와 사람에 어떻게 기여하는 가가 얼마나 중요한 지요.


이번엔 최근에 다녀온 렘콜하스의 서울대 미술관을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서울대 미술관


위치: 서울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151동

건축가: Rem koolhas (OMA) + 삼우종합





미술관 전면 / 건물을 둘러싸며 지탱하는 트러스 구조가 엿보인다.


컨셉모형 / 출처: OMA.com


서울대는 관악산을 따라 흐르는 경사지로, 먼저 건축은 땅을 따라 흐르는 틈을 내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땅에 순응한다" 라는 표현보다는 "땅을 보존한다" 가 어울리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대각선으로 잘린 사다리꼴 형태의 매스가 부양해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유일하게 받치고 있는 것은 코어매스로써, 지금까진 꽤나 단순명료한 건물처럼 보입니다.


서울대 미술관은 크게 두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하나이며, 강당이 둘입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특징이 있을까요?

이를 건축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요?


우선, 미술관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미술관은 그림을 보며 계속 움직이는 곳으로, "동선" 이 제일 중요합니다.

얼마나 다채롭게 건물 내부를 산책할 수 있는지요.

다음, 강당(공연장)은 무엇보다도 "대각선" 입니다.

영화관이나, 오페라 하우스 등 공연장의 객석은 무대부터 점점 올라가며 놓이기 때문에

하부가 대각선이 되게 됩니다.


이런특징들을 생각해보며 위에 보이는 모형에서 미술관과 프로그램을 배치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사다리꼴의 하부인 대각선 부분에 강당이 놓이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거대한 코어매스 안은 돌아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이 됩니다.



프로그램 평면도 / 노란색: 미술관 , 파란색: 공연장 , 갈색: 서비스

간단하게 스케치해본 1,2,3 층 평면도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미술관의 노란색이 1층부터 "코어갤러리"를 통해 3층까지 올라가며, 이곳에서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따라서 코어 갤러리에는 올라가며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놓이며, 마지막 3층에서는 오래간 앉아서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영상들이 전시되어 있는 큐레이팅 방식이 돋보였습니다.

올라오며 전시의 서문을 보고, 3층에서 본문을 경험하는 듯한 여정 같기도요.


하지만 이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까 전 이야기한 강당이 자연스럽게 미술관 뒤로 연결되기 때문인데요,

3층에서 연결되는 파란색의 강당은 2층까지 내려갑니다.

2층에서는 다시 3층 혹, 1층으로 가는 계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기적으로 건물내부가 순환하는 모습.


일면 미술관과 강당은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렘콜하스는 폐쇄적인 코어의 특성을 활용하여 시끄러운 대강당(Auditorium) 을 미술관에서 분리해낸 후,

코어갤러리라는 조용한 여정을 구성, 자연스레 영상상영 등이 이루어지는 3층 미술관에서 소강당(Lecture) 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통해 모든 프로그램이 혼합되어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를테면, 3층에서 전시를 모두 보고 난 후 소강당에서 대담이나 설명회를 듣고, 다시 2층의 복도를 따라 걸어 3층의 미술관으로 올라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확인 하는 등의 이야기도 가능하겠습니다.

심지어, 3층으로 올라가는 중에는 창문을 통해 대강당에서 이루어지는 공연도 엿볼 수 있으니, 말그대로 건물의 모든 부분을 자연스레 경험하게 되는 셈입니다.



좌: 코어갤러리 / 위로는 천창이 있다. 우: 소강당(Lecture) / 2층까지 좌석과 경사로가 내려가는 모습


좌: 대강당(Auditorium) 우: 2층에서 3층으로가는 계단 / 오른쪽으로 대강당이 내려다보인다 (원래는)


"혼합실험체" 라는 표현,


미술관과 강당이라는 두개의 프로그램을 충돌하지 않도록 결합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서울대 미술관에 잘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은, 앞에서 신나게 떠들었던 것이 무안하게도 이 건물에서 OMA가 자랑하는 분석실력은 보기 어렵습니다. 산 한가운데에 위치한 곳에 크게 맥락이라는 게 없을 뿐더니와, 너무나 작은 건물이니까요.

또한, 왜인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보이는 트러스 구조나 화장실의 위치 등 그들이 자랑하는 디테일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만요 ㅠㅠ)

솔직히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많이 보려면 해외로 나가야 되는 게 현실인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몇년뒤면(!) 한국에도 그들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들어섭니다.

홍익대학교 지하캠퍼스 프로젝트인 "뉴홍익" 인데요,

OMA가 당선되었고 2031년 완공예정입니다.

유현준 교수님께서 설명하신 영상 링크를 첨부하며, 마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QEjNToAq1k




-26.02.05 11:4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