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 여행, 대전

겨울철도기행

by 김민현




들어가는 글


여행지를 정하는 건 언제나 고민입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으니까, “그래 일단 가보자!” 싶다가도


“볼거리는?”

“교통비는?”

“특별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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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다음에 가자,,” 하기 일쑤인 저예요. 문화생활이 쏟아져 나오는 서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일명 “노잼도시 대전” 은 오히려 홀가분했습니다. 여행계획을 짤 필요가 없어요!

교통편도 잘 되어있겠다. 걸어다니다 보면 뭐 하나는 나오겠지 하는 마음에 이르니,,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일종의 도파민 디톡스랄까요.


그냥 무작정 걸어보자, 생각했습니다.






1. 시작은 그래도



대전 원도심에는 근현대사를 거치며 많은 건축물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을 쭉 돌아보며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있기에, 시작은 이걸로 정했습니다.

걷다보니 하나둘,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어요.




처음 만난 친구는 옛 산업은행 건물입니다. 이거 조금 이상한데, 다비치안경이 입점해 있어서 건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 간판이 붙어있습니다.

뭔가 계속 나오는 다비치 안경~ 노래도 웃겼어요

언젠가 꼭 맞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당시에 나올법한 여러 멋진 디테일들은 숨기려해도 드러나는 법이네요.




다음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옛 충남도청사입니다. 앗, 건물 전체가 전시관으로 쓰일 줄 알았는데 대부분 비워져 있었어요. 그 당시에 공공기관으로 쓰였던 만큼 꽤나 권위있는 모습인데, 막상 안에 들어가보니 웬걸,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적당한 햇살, 피어오르는 먼지, 고요,,

학창시절 늦게 남아있다 집에 갈 때, 그때의 복도를 걷는 것 같달까요? 포근한 기분이 올라왔어요.

이곳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은 중앙계단이라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고 계셨는데 저는 이 따스한 복도가 참 좋아 한참을 숨어 있다 왔습니다.



2. 왜 이곳은 아름다울까


충남도청사 부근은 성심당이라던지, 대전의

중심지?로부터 멀어져있어 조용했어요.

이 편을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게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남긴다는 건 뭘까요. 기억, 켜켜이 쌓인 모습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은 시간만이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본 모든 건물이 아름다운 건 아니었습니다.

왜일까,,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굴리며 걷던 와중 커다란 옷이 그려진 이 건물을 마주했습니다.


정면을 빼곡하게 메운 타일위로, 커다란 옷 하나가 그려져 있었어요. 얼핏봐도 하나의 예술작품. 너무나 건물과 잘 어울렸습니다.


이곳은 대전의 원로화가이신 정영복화백께서 전시공간으로 열어두고 계시는 곳입니다.

하나의 예술작품인 건물과, 그 안을 채우는 그림들.

누군가 오래된 라디오로 틀어둔 클래식.

그 익숙한 쓸쓸함과 건조함, 떠오르는 커피향.

아무도 없는 그 공간의 분위기에 단숨에 매료됐어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보여주는 이 건물에서 저는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전시관에 비치된 잡지의 일부.



3. 가게와 사람사는 얘기



방금 전의 건물에서 계단을 내려오다 우연히 창문에 들어온 간판입니다. “소리들”

가게이름이 “소리들” 이라니, 참 평범하다 생각했어요.

잠시 쉴 겸 들어가봤습니다.


저는 가게 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공간 하나하나를 곱씹어서 보고, 쓰여진 글귀하나, 소품 하나를 보다보면 사장님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좋아요.


가게 한켠에는 자그마하게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는데, 실제로 계속 공연을 여는 곳이라 합니다. 이름처럼, 수많은 소리들이 왔다간 곳이었어요.

갑자기 그 이름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한면을 빼곡하게 메운 음반들에, 하나하나 손수 사인이 되어있습니다. 찬찬히 읽다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데요, 이건 어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4. 빵의 도시, 대전




빵투어! 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요.

대전여행에서 이걸 빼놓을 순 없죠!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가방에 가득 찬 빵봉지가 자꾸 떠올라 걷는 내내 좋았습니다.


한편 성심당의 유명세는 익히 들었지만, 설마 성심당 거리가 있을 정돈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작성자는 극내향형이어서 인파 속에서 급히 벗어났습니다. 아,도저히 사먹을 엄두가 안났어요.


그래도 빵집 3개를 성공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죠?




5. 한가지 기대, 소제동



대전역 뒤로 아직 개발이 안된 마을이 있다 들어 마지막으로 들러보았습니다.

소제동 이라는 곳인데요, 대전시내와 소제동 사이는 기찻길로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다리처럼 기찻길 위로 연결된 대전역을 통해 갈 수 있습니다.

나오면 이전과 상반된 풍경을 이루고 있는 야트막한 폐가들이 보입니다.

몇몇 카페들이 이런 폐가를 사들여 멋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키며, 이젠 도시재생의 명소가 되가는 중인 듯 했어요.

카페 뿐 아니라 주거구역과 업무공간도 잘 정비된다면정말 특색있는 마을이 될 거라 생각되어서, 너무 기대됐습니다.








이번 대전여행은 그저 걷고, 멈춰서고, 생각하고, 걷고.

평소라면 지나쳤을 것들에 여행이라는 이유로 더 관심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품 안 가득 이야기를 얻어가는 기분이었어요.


도파민 디톡스 여행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찰떡인 것 같습니다.



2025.01.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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