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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shlee Nov 04.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한대오름

예순여섯. 제주의 가을 단풍, 한대오름

흔히 제주의 가을 하면 단풍보다는 억새 핀 풍경을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그건 이곳의 가을길을 걸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1100도로에서 시작되는 한대오름 가는 길의 단풍은 비단 제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단풍길로 꼽을만하다.

이곳은 제주사람들에게 '제주에서 가장 단풍이 아름다운 길'로 입소문난 곳이다.

물론 전국에 단풍으로 아름다운 길이 한둘일까마는, 한대오름 가을 단풍길이 특별히 매력적인 까닭은 길고 긴 단풍숲길이 결코 단조롭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대오름 가는길은 다양한 활엽수림으로 이뤄져 있어서, 단색의 단풍이 아니라 빨강, 노랑, 주황, 갈색 등 가을이 각각의 수종에게 선사한 고유의 단풍빛이 균형을 이루며 어우러져있어 가장 다채로운 단풍빛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한대오름 자체는 단풍이 그닥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한라산 1100도로에서 시작하여 한대오름까지 이르는 그 기나긴 숲길의 단풍이 아름답다 해야 정확한 설명이 될 듯하다.

한대오름은 '한대비케' 또는 한뎃비케'라고도 일컬어진다 하는데, 이를 한자로 차용하여 한대악(漢大岳)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대'라는 이름의 뜻은 확실치 않다고 한다.

'비케'는 제주말로 '비크래기'라고도 하는데, 비탈진 곳을 이르는 제주어이다.

가을이면 전국의 소문난 단풍의 명소들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북적이는데 비하여, 한대오름은 제주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단풍명소이지만 아직은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한적한 숲길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가을 숲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발걸음 소리는 유독 선명하게 가슴 속에 와 닿는다.

또한 해발 900m 이상을 관통하여 걸어야 하는 이 길은 신기하게도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길이다.

그래 온 가족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소풍나오기에도 제격인 길이다.

1100도로에서 시작하여 약 40여분 정도 단풍숲길을 걸으면 제법 규모가 큰 표고버섯밭이 나온다.

표고버섯밭에는 하얀 개 몇마리가 표고버섯 농장을 지키고는 있어 약간 사납게 으르렁거리기는 하지만, 그닥 걱정할 일은 아니다.

개들은 그저 멀찌기서 경고만을 할 뿐,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느낄 정도로 사납게 짖어대거나 달려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표고버섯밭을 지난 후, 10여분 정도 더 길을 걸으면 그 깊은 숲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너른 공터가 나타나는데 억새가 아름다운 공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단풍든 나무 위로 백록담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억새밭 한켠으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보기 드문 고원습지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한대오름의 분화구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가을의 습지는 말라 있고, 그 많던 습지의 생명들도 내년 봄을 기약하며 겨울을 나기 위하여 이미 땅 밑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있다.

억새밭을 지나 10여분 만에 도착한 한대오름 정상.

멀리 산방산과 제주 서남부의 오름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대오름은 그리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이러한 오솔길만 따라 2시간 정도 걸으면 되니 산행도 쉽고, 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호젓이 느낄수 있는 장소다.

가는 길은 쉽사리 찾을 수 없다.

그리고 트래킹 중 몇번의 갈림길이 나오므로 초행인 사람은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한다.

제주시에서 1100도로를 타고 가다 영실입구를 지나 5-6km정도를 가다보면 우측으로 소롯한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다만... 고상평원에서 한대오름으로 올라가다보면 어느순간 길이 끈기게 된다.

그러나 걱정말고 윗쪽으로 계속해서 올라가면 한대오름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숲길은 외길이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첫번째 만나게 되는 표고버섯 농장으로 들어서지 말고, 그대로 직진 한 후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있는 가장 넓고 큰길을 따라 계속 길을 걸으면 위 사진의 표고버섯 농장을 만날 수 있다.

그 표고버섯 농장의 문을 열고 통과해야 한대오름으로 오를 수 있다.

올라갈때 길을 잘 보아두어야 한다.

되돌아오는 길을 헤매 엉뚱한 곳으로 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대오름은 가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알려진 오소록한(숨겨진 아늑한이라는 제주어) 단풍 트레킹길은 한라산 영실코스와 고즈넉한 존자암길, 그리고 정상의 산정호수가 아름다운 물찻오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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