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경칩에...
오늘은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고 나온다는 경칩입니다.
경칩에 2016년도에 4.3도를 보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영하권의 추위가 나타나면서 말 그대로 꽃샘추위가 찾아왔었습니다.-연합뉴스 2019.03.06.
꽃샘추위도 기승을 부리는 기간이다.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춥던 날씨가 누그러지고 봄이 다가온다. -한국일보 2019.03.06.
10년 전 같으면 꽃샘추위와 경칩, 함께 헤드라인으로 다뤘을 신문기사는 꽃샘추위, 경칩과 미세먼지를 다뤘고 오늘은 꽃샘추위, 경칩관련 기사는 코로나19에 잔뜩 밀려 있지요.
깨어나는 개구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하게 해줄 희망이 되엇으면 하는 바램으로 경칩 이야기를 몇자 적어 봅니다.
경칩 驚蟄 | 명사, 이십사절기의 하나.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며, 양력 3월 5일경이다.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 따위가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시기이다. ≒계칩.
꽃샘 | 명사,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짐. 또는 그런 추위. ≒화투연.
꽃샘추위 | 명사,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
꽃샘바람 | 명사,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부는 쌀쌀한 바람.
‘꽃샘’과 같은 뜻으로 ‘화투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자로 ‘꽃 화花, 강샘할 투妬, 예쁠 연娟’으로 쓰고 봄을 시샘한다는 말이죠.
그 바람은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란 뜻의 꽃샘바람(妬花風투화풍)이죠.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는 투화풍(妬花風)이란 시에서 “꽃필 때 거꾸로 바람이 많이 부는데/사람들은 이를 꽃샘바람이라 하네(花時多顚風/人道是妬花)”라고 노래했습니다.
봄에 부는 바람과 꽃을 연관지어 초봄부터 초여름은 양력 1월 6~7일께의 소한(小寒)부터 양력 4월 20일께의 곡우(穀雨)까지 120일동안 피는 꽃을 알리는 바람을 뜻하는 24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중국 세시잡기(歲時雜記)에 나오는 말로 경칩에는 복숭아꽃(桃花도화), 팥배나무꽃(棠梨당리), 장미薔薇가 피는것을 알리는 봄 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올해는 이런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없음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어제 요리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에서 봄 소식을 전하는 봄동소고깃국이 방송되었습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채소라 잠시 들여다 봤습니다.(아, 본방은 아니고 검색을 통해서)
겨우내 묵은 김치에 길들어 있다가 싱싱한 푸성귀로 입맛을 되찾을 때, 이런 입맛을 전해 주는 푸성귀로 ‘봄똥’이죠.
봄동은 늦게 파종한 배추로 보통 배추와 달리 속을 채우지 못한 채 밭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잎 역시 쫙 펴진 상태로 땅바닥을 기어가는 모양새고 맛과 냄새도 배추라고만 할 수 없는 또 다른 향미가 있어 배추이면서 배추가 아닌 마치 봄나물 같은 느낌을 받게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봄동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봄동은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라 발음하는 것으로 되어 있죠.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떡배추 등으로도 불립니다.
어원은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몇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로 땅에 납작 붙어 있는 모양이 소똥을 연상시킵니다.
봄의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푸성귀이니 사람들이 '봄똥'이라 불렀을 것인데 그래도 사람이 먹는 것인데 '똥'이라 표기하기는 좋아 보이지 않으니 봄동으로 쓰는 버릇이 생겨 굳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는 봄은 우리말 ‘봄’이고, 동은 한자어로 겨울인 ‘동(冬)’.
봄나물을 상징하는 쑥이나 냉이는 겨울을 버려야만 얻을 수 있는 나물로 겨울과의 단절을 전제로 합니다.
계절이 두부 자르듯 나눠지는 게 아니죠.
겨울은 봄을 안고 봄은 겨울을 안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거두어 주는 가운데 서서히 조금씩 바뀌는 것이이기도 하고 늦은 파종으로 겨울을 지나며 자라온 의미를 ‘봄동’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과 봄의 맛을 품고 있다는 것이죠.
외출도 자제하고 식사약속도 다음으로 미루고 있는 지금의 어려운 봄시간을 긴 겨울을 이기고 자라나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는 봄동으로 입맛을 돌려보는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