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는것에 가려진 많은것들...
아직은 아침 저녁의 선선함이 기분 좋은 시간이다.
그래도 주말에 있는 비소식은 기다려 진다.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하는건 어렵다.
그걸 시작할 반석을 찾기가 너무 여렵기에 무한히 주변을, 저 멀리를 헤매이곤 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의외의 곳에 있다.
퇴계는 陶山도산의 작은 냇가에 서당을 갖고 있었다.
「예전에 도자기 가마가 있어서 그 실상을 들어 도산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서당이 작고 낡아서 비바람도 피하기에 충분치를 못하여 이를 새로 지을 생각으로 다른 땅을 찾아 여러 곳의 숲과 언덕을 오랫동안 헤매었다.
여기서 이황이 풍우를 가려줄 집을 원하는 것을 보면 우선 그것은 최소한의 공간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땅을 찾으면서
「백년을 두고 학문을 닦을 땅」을 말하는 것은 건축이라는 행위에 우선하여 터를 잡는 일을 얼마나 중요시 하였는지를 보여준것이다.
향후 백년동안 학문을 닦을 자리라니 물론 이를 두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다가 결국 마음을 정한 곳이 평소에 늘 다니던 가까운 데 있는 땅이었다.
그렇게 힘들여, 까다롭게 고른 터가 지척에 있었다는 뜻은 詩시에서 말하는 求勝구승이나 得地득지가 무슨 엄청난 경승지를 말함이 아니다.
사실은 범상한 땅일지라도 누구와 더불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땅의 의미가 달라짐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찾는 그것은 늘 우리 곁에 항상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거다.
風雨溪堂不庇床 풍우계당부비상
卜遷求勝徧林岡 복천구승편림강
那知百歲藏修地 나지백세장수지
只在平生采釣榜 지재평생재조방
- 陶山雜詠 도산잡영 이황
계상서당에 비바람 부니 침상조차 가려주지 못하여
거처 옮기려고 빼어난 곳을 찾아 숲과 언덕을 누볐네.
어찌 알았으리, 백년토록 마음 두고 학문 닦을 땅이
바로 평소에 나무하고 고기 낚던 곳 곁에 있는 줄이야
멀리 돌아 다시 그 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