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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15. 2020

일반인문 CXLI 人間인간, 사람

; ‘人間=세상’에서 ’人間=사람’으로

초중고 역사교육과정 중 가장 많이 들어 봤을것 같은 말중 하나가 ‘홍익인간(弘益人間)’일것입니다.


한반도 최초의 나라로 여겨지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에서, 천신인 환웅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시조 단군을 낳고 나라를 열 때에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弘益人間)'한다는 등의 건국이념을 갖고 있었다고 고려시대 일연의 '삼국유사'와 이승휴의 '제왕운기' 등에서 확인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공식적인 국시죠.

여기서 사용하는 ‘人間’의 의미는 ‘사람’보다는 ‘세상’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人間≠사람


오히려 본래 한자의 뜻인 ‘인간 사이’라는 말에 가깝게 사용되었습니다.


1969년부터 집필에 들어가 1994년에 전 5부 16권으로 완간한 소설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대사가 표준국어사전의 예로 올라 있습니다.


인간고해라 카이, 고생 안 하고 우찌 사노.


불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人間苦海’를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것으로 불가의 윤회사상에서는 중생이 선악의 응보에 따라 ‘인간(人間)’ ‘천상(天上)’ ‘지옥(地獄)’ 등의 육도(六道)를 윤회하며 생사를 거듭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인간’ 또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중국으로 건너가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시를 보면, ‘인간’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問余何意栖碧山 문여하의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요然去 도화류수요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이 시에서도 ‘人間≠사람’, ‘人間=세상’입니다.


왜 청산(靑山)에 사느냐고 내게 묻는데 빙그레 웃으며 답하지 않건만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

복사꽃 만발한 가운데 시냇물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가 펼쳐진 이곳 진정 인간 세상이 아니로세!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에 글, 人間萬事塞翁之馬 인간만사세옹지마라는 말도  ‘人間’은 ‘세상’을 뜻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간’은 ‘세상’이나 ‘세간’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세상에 사는 주체인 ‘사람’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이 ‘사람’이라는 의미는 그 본래의 의미인 ‘세상’과 관련하여 파생된 의미가 아니라 새롭게 첨가된 의미인것이죠.

첨가된 의미 ‘사람’은 일본식 한자어 ‘人間’이 지니는 의미입니다. 


일본식 한자어 ‘人間’이 갖는 의미로부터 차용되어 전통적 한자어 ‘人間’에 첨가된 의미가 바로 ‘사람’이라는 의미인것입니다. 

‘인간’이라는 한자어가 많이 쓰이면서 상대적으로 고유어 ‘사람’은 훨씬 덜 쓰이게 되고 표준국어사전의 내용처럼 ‘인간’은 그 쓰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기도 하게된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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