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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25. 2020

일반인문 CXLII 6·25전쟁, 한국전쟁?

; 뭐라 불러야 할까요

오늘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흐려지기 쉬운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있어 말과 글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70년 전에 한반도 전체가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이 엄청난 전쟁은 특히 부르는 명칭이 다양한데, 과거 '동란', '사변'을 시작으로 '6·25전쟁', '한국전쟁' 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어 이를 두고 이념 갈등을 벌이는 일까지 생기곤 합니다.

잠시 볼까요…


동란 動亂 | 명사. 폭동, 반란, 전쟁 따위가 일어나 사회가 질서를 잃고 소란해지는 일.


사변 事變 | 명사. 

1. 사람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나 그 밖의 큰 사선

2. 전쟁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나 경찰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 무력을 사용하게 되는 난리

3. 한 나라가 상대국에 선전 포고도 없이 침입하는 일


남침 南侵 | 명사.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


전쟁 戰爭 | 명사

1.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625전쟁 六二五戰爭 | 명사. 역사.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군이 북위 38도선 이남으로 기습적으로 침공함으로써 일어난 전쟁.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이 이루어져 휴전선을 확정하였으며, 휴전 상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국전쟁 韓國戰爭 | 명사. 역사. =육이오전쟁

그렇다면 6·25의 정식명칭은 무엇일까요.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방부가 공식지정하고 있는 6·25의 명칭은 '6·25전쟁’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625전쟁, 한국전쟁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6·25전쟁을 지칭하는 용어는 5차 교육과정까지 '6·25동란'→'6·25사변'→'6·25남침'→'6·25전쟁' 등 총 3차례 바뀌었습니다.

지난 2000년에 ‘동란’, ‘사변’, ‘남침’용어를 버리고 ‘전쟁’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일부에서는 북한을 남한과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또다른 입장에선 전쟁이란 단어가 북한에 대한 국제법적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6·25전쟁이라는 용어는 '한국전쟁'으로도 혼용되는데, 특히 이를 두고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 이유는 ‘한국전쟁이라는 용어가 한국이 일으킨 전쟁이나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 등 전쟁에 내포된 의미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든, 국가간 전쟁인 중일, 러일 전쟁 모두 준비, 시작해서 전쟁이 벌어진것이 아니죠.

한쪽의 침략이나 무력 침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을 기억해야 한다’는 명제도 신빙성이 없습니다.

6년 전 미디어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대학생 4명 중 1명은’ 6·25전쟁’의 이 일어난 연도를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진왜란’을 교육과정에서 1592년이라고 배워도 발발일이 음력 4월 13(음력)일’을 알지는 못합니다.

(날짜는 저도 글 쓰다 찾아 봤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국사에서나 세계사에서나 무슨 전쟁이 일어난 시기를 공부할 때 연도를 넘어 날짜에다 요일과 시각까지 암기한 적이 또 있을까요?

특히 '6·25전쟁'은 몇 달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지속된 것입니다. 

게다가 전쟁이 6월 25일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죠. 

남쪽 안에서 일어난 이념 갈등은 빼더라도, 1949년부터 38선 일대에서 남북의 군대가 격렬하게 충돌한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미군이 이 땅에 발을 디딘 1945년 9월부터 1950년 6월 이전에 분단에 따른 갈등과 투쟁 때문에 거의 10만 명이나 죽었는데, 전쟁이 1950년 6월 25일 갑자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6·25전쟁'이라 이름 붙인 것도 어색합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북한 괴뢰군이 남침을 시작했다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이유보다 언제 누가 시작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춘 역사 인식은 좋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점령해서 식민통치하고 있는 조국의 남쪽을 해방시켜 통일한다는 취지와 목표를 보여주는  '조국해방전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베트남 전쟁’과 같이 지역이름으로 ‘The Korean War 한국전쟁’ 이라 부릅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조선 (북한)을 도와준 전쟁'이라는 뜻으로 '항미원조 (抗美援朝) 전쟁'이라 부릅니다.

유럽의 한 학자는 '한국전쟁'이라 표기하는 것도 전쟁의 성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한국에서의 전쟁 (War in Korea)'이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라고 하면 남북한만 전쟁을 벌인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쉬운데, 전장은 한반도지만 전쟁 주체는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전쟁'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한국전쟁’에 힘이 실리기는 하지만, 이번만은 국립국어원의 ‘병기’에 손을 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세대들에게 ‘6월25일’ 날짜에 집중하기보다 수 많은 선진들이 자유를 지켜낸 3년간의 전쟁이라는 의미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라는것도 주지해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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