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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12. 2020

일반인문 CLIII 비닐하우스와 온실

; 세계 최초의 조선 온실 冬節養菜 동절양채

겨울이 깊어감에 건조한 대기와 낮은 온도로 화재가 늘어갑니다.

그 중 가장 많은 뉴스를 장식하는것이 아무래도 비닐하우스 관련 사거, 사고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당연하게 사용하는 비닐(vinyl)과 비닐봉지(?), 비닐 하우스(vinyl house)와 온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봅니다.

비닐(vinyl)은 대체 할 수 없는 말인지라 표준국어사전의 표제어로 올라 있는것은 알겠지만-사실 이것도 정식명칭은 폴리비닐크로라이드 (PolyVinylChrolide; PVC)지만- ‘비닐 봉지’가 올라 있는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본을 통해 전해진 말인지라 일본발음인 ‘비니루’에서 그나마 ‘비닐’로 바꾸어 ‘무언가를 담는’이라는 뜻이 더해져 ‘비닐 봉지’가 되었을것입니다.


비닐 vinyl | 명사. 화학. 비닐 수지나 비닐 섬유를 이용하여 만든 제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 내수성, 기밀성(氣密性), 가소성 따위를 이용하여 유리, 옷감, 가죽 따위의 대용품으로 쓴다.


비닐-봉지 vinyl封紙 | 명사. 비닐로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든 주머니.


‘돈까스(とんかつ)’를 ‘포크(돼지)커틀렛(Pork cutlet)’으로 바꾸지 못하는것처럼 ‘비닐’이나 ‘비닐봉지’를 원어 그대로, 왜래어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왔습니다.

그래도 원어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기에 글을 옮겨보는 것입니다.


비닐이라고 하면 원어민들은 주로 레코드판(vinyl record)을 지칭하는 단어로만 알고 있습니다.

원어민들은 비닐(vinyl)이라는 어려운 단어 대신 좀더 익숙한 단어 플라스틱(plastic)을 사용하여 우리의 ‘비닐봉지’를 ‘플라스틱 백(plastic bag)’이라 부릅니다.

영한사전에서 검색하면 ‘plastic bag’의 뜻으로 ‘비닐봉지’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닐로 쓰이는 재료 중 PVC의 역사가 가장 길며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플라스틱 백을 비닐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주 쓰는 비닐하우스(vinyl house)라는 표현도 표준국어사전에서 살피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비닐 하우스 vinyl house | 명사. 비닐로 바깥을 가린 온상. 채소류나 화훼류의 촉성 재배나 열대 식물을 재배하기 위하여 널리 쓴다.


같은 뜻의 영어는 ‘greenhouse’ 혹은 ‘glasshouse’를 사용합니다.

영,미권에서는 공간을 덮는 재료와 관련 없이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100% 완전이는 아니라도 의미를 비닐로 덮혀 있으면 ‘비닐하우스’, 유리로 덮혀 있으면 ‘온실’이라 칭합니다.


 온실 溫室 | 명사. 

1.난방 장치를 한 방. 비슷한말- 난실(暖室/煖室)

2.광선, 온도, 습도 따위를 조절하여 각종 식물의 재배를 자유롭게 하는 구조물. 추울 때 식물을 재배하거나 또는 추운 지방에서 더운 지방의 식물을 재배할 수 있고, 또한 개화ㆍ결실 따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촉성 재배와 억제 재배가 가능하다.

3.불교. ‘욕실’을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


그런데 이러한 구분도 모호합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온실은 한지로 덮은 공간이었습니다.


현재 가장 보편화된 온실의 모습은 서양식 온실의 모습으로 온실의 시작은 1619년 만들어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온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170년이나 앞서 조선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 온실이 만들어졌는데 조선의 온실은 다소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온실은 ‘하이델베르크 온실’이나 현대의 온실의 단점인 외부, 땅과 내부공간, 그리고 외기와 접한 면의  온도차에 의한 결로등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세조 때 어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 山家要錄’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우리의 온실인 

동절양채 冬節養菜

일반적으로 온실은 난방, 가습, 채광이라는 세 조건을 갖게 되는데, 조선시대에 지어진 이 온실 역시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난방의 경우, 지하부의 온돌 난방을 이용하여 흙 온도를 항시 25℃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랫부분을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도 차가운 땅까지 데웠다는 것을 뜻합니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지상부 뿐 아니라 뿌리의 발육도 중요하기문에 최근 온실에서는 온수파이프를 이용한 난방이 도입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온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기름칠한 종이’로 들기름을 먹인 한지는 인장 강도가 비닐보다 강해서 들이치는 빗물을 감당할 수 있고 무엇보다 빛 투과율이 높아 온실 내로 많은 햇볕을 투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외부에만 붙인 것이 아니라 내벽에도 도배를 하여 실내에 햇볕이 골고루 반사되게 만들어 천정을 통해 투과된 복사열은 실내 바닥과 황토 벽체에 흡수되면서 장파장의 복사열로 바뀝니다. 

온실 내에서 머물면서 내부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造家大小任意 三面築蔽 塗紙油之 南面皆作箭窓 塗紙油之

조가대소임의 삼면축폐 도지유지 남면개작전창 도지유지

造突 勿令煙生 突上積土一尺半許 春菜皆可栽植

조돌 물영연생 돌상적토일척반허 춘채계하재식

朝夕令溫 勿使入風氣 天極寒則 厚編飛介掩窓 日暖時則 撤去

조석영온 물사입풍기 천극한즉 후편비개엄창 일난시즉 철거

日日洒水 如露房內 常令溫和有潤氣 勿令土白乾

일일세수 여로방내 상령온화유윤기 물령토백건

又云 作因於築外 掛釜於壁內 朝夕使釜中水氣 薰遍房內

우운 작인어축외 괘부어벽내 조석사부중수기 훈평방내

-산가요록 山家要錄


집을 지을 때 크기는 마음대로 하되, 삼면을 막고 종이를 발라 기름칠을 하며, 남쪽면은 모두 창문살창을 만들어 종이를 바르고 기름칠을 한다.

온돌 구들을 놓되 연기가 나지 않게 하고, 온돌 위에 한 자 반(약 45cm) 가량의 흙을 쌓고 봄 채소를 심는다.

아침 저녁으로 항상 따뜻하게 하고 바람이 들지 않게 하되, 날씨가 몹시 추우면 편비내(編飛乃)1)를 두텁게 덮어 창을 가리고, 날씨가 풀리면 즉시 치운다.

날마다 물을 뿌려 주어 방안에 이슬이 맺히게 해 주고 항상 따뜻하고 축축하게 해주어 흙이 하얗게 마르지 않게 한다.

또 굴뚝은 벽 밖에 만들고 가마솥[釜]은 벽 안쪽에 걸어 놓고서, 아침 저녁으로 가마솥에서 나는 수증기가 방안을 두루 퍼지게 한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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