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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l 10. 2021

일반인문 CLXV 인생은 소설이다

; 당신이 무슨짓을 해도 이야기의 결말은 바꿀수 없습니다.

내 삶에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내 삶이 마치 완결된 한편의 소설 같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조종당하고 있었다. 


이런느낌을 받아본일이 없나요? 

흡사, 현재 SF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잡았던 키에누리브스 주연 1999년  영화 The Matrix 매트릭스의 모피어스의 대사같은 말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신작 「인생은 소설이다」는 우리 인생이 누군가가 쓰는 소설이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플로라 콘웨이라는 소설가가 집안에서 3살배기 딸과 숨바꼭질을 하던 중 딸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집 안 곳곳을 뒤져봐도 아이는 없고, 당시 아이가 스스로 집밖에 나갈 수 있는 환경에서 사라져 버린 아이, 추리소설가들이 소위 ‘밀실 사건’이라고 일컫는 일이 벌어지자 콘웨이는 딸을 잃은 슬픔에 6개월 동안 가슴앓이를 하고 너무나 허무하게도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속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캐리, 꼭꼭 잘 숨어 있어! 엄마가 금방 찾으러 갈꺼니까!" 


…화창한 날이었다. 

여느날과 다르지 않게 나는 캐리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우리 캐리, 쿠션 밑에도 없네. 소파 뒤에도 없고…" 


나는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면서 딸아이를 찾는 시늉을 했다. 

아이가 숨어 있을곳은 뻔했고 나는 적당히 시간을 끌다 캐리를 찾으면 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캐리가 보이지 않았다. 연기하듯 아이를 찾는 척은 그만두고 진짜 캐리를 찾기 시작했다

… 얼마안가 나는 지쳐 소리쳤다. 


"우리딸, 네가 이겼다. 숨어있지 말고 이제 그만 나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현관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열쇠가 있는곳은 캐리의 손이 닿기엔 높았다. 

캐리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캐리는 집안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집 안 어디에도 캐리는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통로에 떨어진 캐리의 분홍 신내화 한짝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나는 경찰에 연락 했고 캐리를 찾지 못한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기까지는 전도 유망한 정치인 데이비드는 신비한 매력의 무용수 앨리스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의 정치 생명은 위태로워지고, 알 수 없는 힘이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는 사실을 직감하며 결국 데이비드는 앨리스와의 만남은 물론 정치 생활, 친구까지 모두 '조정국'의 '미래설계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설정의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2011년 영화, The Adjustment Bureau 컨트롤러가 떠오릅니다.

자기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눈 채 ‘3초를 줄 테니 어디 한번 나를 말려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놀랍게도 현실에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던 로맹 오조르스키가 그녀 앞에 당황한 기색으로 나타납니다. 

지금껏 소설을 숱하게 써왔지만, 소설의 등장인물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서 움직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죠.

보통 소설에서 주인공은 잘 죽지 않습니다.

극적 반전이나 Deus ex Machina 데우스 엑스 마키나(; 문학 작품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초자연적인 사건을 끌어들이는 플롯 장치)가 해결 불가능해 보이던 순간을 바꿔놓습니다.


주인공 로맹 오조르스키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이미지입니다.

어쩌면 부모가 일찍 이혼해 어머니와 살았고, 현재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점, 그리고 출판된 책마다 베스트샐러가 된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작가 기욤 뮈소의 반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로맹은 이름을 바꾸고 선입견을 불식시킬 새로운 영역의 소설을 쓰고자 하지만 이혼을 통보하고 떠난 부인으로 인해 인생이 꼬일 위기에 처합니다. 

로맹이 쓰는 소설 속 주인공 역시 작가로, 아이를 잃어버립니다. 


(작가) 기욤 뮈소
(소설속 작가) 조맹 오조르스키
(소설속 작가가 만든 소설속 작가) 플로라 콘웨이

이 소설은 격자 형식을 취하며 주인공 로맹이 쓰는 소설과 전체적인 이야기가 병치되어 전개됩니다. 

로맹이 쓰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플로라 콘웨이 역시 작가로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라는 점도 유사합니다. 

현실 세계의 작가와 픽션 세계의 작가는 공통적으로 심각한 인생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판타지이지만 작가와 등장인물이 만나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갈 대책을 상의합니다.

소설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해법을 모색합니다.

현실 세계와 픽션 세계를 경쾌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는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 소설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을것입니다.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가 한층 더 열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책들은 과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소설 속 헨리 밀러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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